(에세이)Proud, 악, 개

by Josh

Proud. 난 너한테 이걸 배웠다. 얼척 없는, 맥락 없는 Proud도 그자체로 Proud라면 그게 유효하고 실재하는 Proud가 된다는 거. 빚진 것도 없고 하등의 상하관계 따위 없고 이해득실의 관계도 없고 심지어 일정한 관계조차 없어도 Proud를 들이밀면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움찔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게 기본적으로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유리한 기술 중에 하나인 것도 체득했어.


아마 사이비 교주들이나 사기꾼이나 각종 판매사원들이라던지 정치인들, 사업가들은 이 기술을 암묵적으로든 선언적으로든 배워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용하고 있는 거겠지. 그저 고개를 45도 위로 올리고 내리 깔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지고 내리깔린 눈빛을 받는 순진한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오금이 저린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걸로도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그것이 없을 때보다는 훨씬 누릴 수도 있지. 고백하자면 그걸 너한테서 배우고 나는 경멸하는 내 일터에서는 이따금 그걸 쓰고 있어.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편취하거나 괴롭히거나 할 용도는 아니야. 그냥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정도라고 생각해 줘. 나는 정말 딱 그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어. 그거 말고는 더 바라는 게 없거든.


약발이 더럽게 안받는다. 사람이 밉다. 다 멍청이들 같다. Y는 너 그렇게 사람들 얕잡아보지 말라고 했다. 맨날 그랬다. 사람을 낮게 보지 말라고. 내 성격적 결함인 것 같다. 그런데 느끼는 감정을 바꾸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침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훈련 방법 같은 게 있겠지만 굳이 착한 아이 증후군도 아닌데 그렇게 느끼는 나 자신의 뇌를 힘들여 교정할 필요까진 아직 모르겠다. 다 멍청이들 같아서 밉다. 특히나 피곤할 때나 예민할 때나 슬플 때 그렇게 느껴지는 걸 피할 길이 없다. 나쁜 말을 하고 상처를 준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도 멍청이들 같다. 밉다. 바보 같다. 그리고 내가 나쁜 놈임을 통렬하게 자각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악의 연쇄. 그래서 죽음이 마려운 거지. 아니, 죽음이 마려운 여러가지 이유 중에 하나인 거지.


심신미약이 진짜 역대급인데. 오늘 회식이다. 이런 날일수록 조심해야지. 아가리를 봉하고 구석탱이에 앉아서 뷔페 음식만 묵묵하게 먹고 집에 가야지. 술은 이럴 땐 안돼. 마시면 개다. 아, 나는 이미 미친 개인데..

작가의 이전글(에세이)19세기, 안경, 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