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세이)숭배

by Josh

결국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상을 숭배하기 마련이고, 다만 우상의 형태나 성질 같은 게 조금씩 다를 뿐이지 않나요. 그건 아주 먼 조상으로부터 DNA에 각인되어온 거라 사실 우상숭배의 본능은 그저 배격당하기엔 변호사들도 많고 할 말도 많을 겁니다.


당장에 동굴에서 맹수가 먹다남긴 썩은 고기나 나무 열매로 연명하며 한 무리가 동굴에서 자면서 가족개념도 없이 나를 낳아준 여자였을 여자랑 자고 나를 낳아준 남자 였을 남자랑 자고 서로 남매임이 분명인데도 자고 하면서 아이를 낳으면 대체로 사산되고 사멸되기 전의 네안데르탈인이나 다른 부족을 조우해서 패배하면 나의 골수까지 빨아먹히는 상황에서부터 우리는 시작했는데, 그때 하늘의 비와 만물을 비추는 태양과 태풍과 바람과 별과 달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제정신 유지하기도 힘들고 집단자살만이 답이었겟죠.


아니면 곰이든 호랑이든 모시고 단체로 춤이라도 추고 본능적인 리듬에 다같이 초보적인 제의 의식을 하면 마음이 얼마나 나아지겠어요. 거기서부터 DNA에 깊이 박혀들어간 건 사실 우리 콧구멍이 두 개이고 성기 근처에서 대개 털이 나고 손가락이 10개이고 발가락이 10개 나오는 것 수준의 내재화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어떤 아이돌(아이돌이라는 어원 자체가 그것이지만)에 미치도록 빠져서 그들의 메시지나 상징이나 모습이 담긴 비싼 물건을 홀리듯이 담고, 그들이 등장하는 제의 의식 같은 콘서트 티켓을 비싼 가격을 주기도 하죠. 동물이라면 강아지나 고양이에 빠져서는 자기는 라면만 먹으면서도 그들에게는 한우를 먹이고, 자기는 감기약도 아까워하면서 의료보험이 적용 되지 않는 애완견, 애완묘의 값비싼 치료비를 감당하면서도 제발 안아프게,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수의사들에게 애원하기도 하죠.


더 직관적인 우상의 후예인 사이비종교에 물들어서 몸과 돈과 시간을 버리기도 하고요. 뭐, 사실 사이비 종교는 이루말할 수도 없죠. 어떤 이성에 빠져들어서 그 대상이 나쁜 마음을 먹은 한 단계 위의 인간이라면 그녀 혹은 그에게 철저히 착취당할 것이고, 그 대상이 나에게 관심이 없으면, 즉 우상되기를 거부하면 눈이 돌아서 우상을 칼로 찌르고 우상에서 피가 나오게 하기도 하고요. 버추얼 머시기인가, 심지어 어떤 캐릭터 바가지를 쓰고 나와서 떠들어만 대도 그녀인지 그인지 그것인지 모를 것에 충성하고 시간과 돈과 열정과 지지를 바치기도 하더군요.


요즈음엔 정치인들에게도 그렇게 되어서, 정치인이라기보단 어떤 아이돌이나 연예인 따라다니듯이 하고, 나이가 든 중년들에게는 트로트를 부르는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서 그 교세가 실로 엄청나더군요 근 몇년간요.


한미한 인간인 나는 그걸 비난할 자격도 없고 사실 관심도 없고, 내가 떠드는 게 사실은 궤변일지도 몰라요. 그냥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을 이렇게 서술한 게 그 의의입니다. 내 일터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져서 굉장히 짜증나 있는 상태거든요. 상사들은 자신들의 말에 잘 따르고 자신을 조직에 보시하는 것이 아주 바람직한 가치인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그건 암묵적이고 본능적인 숭배욕을 자극해서, 대다수의 멍청이들은 그 기약없는 헛수고, 헛몸짓, 헛낭비를 하면서 거짓된 신비감에 몸을 부르르 떱니다. 나는 그런 걸 보면 아주 화가 많이 납니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냉소적인 광대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나의 능력은 다행히도 광대 짓을 한다고 쫓겨낼 만큼 무용하지는 않아서, 용의주도하고 묵묵하고 성실하게 광대 역할을 합니다. 꼰대들을 희롱하고 우상숭배에 대한 신성모독을 암시하는 말과 행동을 주도면밀하고 꾸준하게 합니다.


어쨌든 다들 불안해서 그러는 거겠죠. 우리 모두 복지의 혜택이나 실질적으로는 좋은 나라가 되어서, 시간이 많아졌는데 달리 보낼 방법이 요원해서 시간을 증류하느라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유튜브와 구글은 그것으로 떼돈을 법니다. 근대 전의 인간들처럼 무지를 미덕삼아 교회나 성당이나 절이나 모스크나 시나고그에 가서 수천년간 정련되어온 숭배(이건 우상인지 모르니 그 단어는 빼겠습니다만)를 하는 게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방법이겠지만, 그때의 인간들보다 도파민의 역치가 높아서 사람들은 미사나 예배나 예불 시간 30분, 1시간, 2시간 앉아서 스마트폰 없이 멍하니 의식에 참여하고 예례를 지내고 강론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해버리니까, 요즘 그런 성전들은 텅텅비어서 쇠락하는 곳들이 많죠.


사업가들의 모임이나 있는 자들의 사교의 장으로 쓰이는 몇몇 성전들을 제외하고는. 그곳은 비즈니스 장소에 가깝겠지만 말입니다. 나는 모르겠습니다. 나도 나도모르게 어떤 우상, 예를 들어 냉소라던지 냉소에 대한 자만심에 기대어 혼자 소위 홍대병이라는 것에 의지해서 오만함으로 내 허영심을 채우고 사는 게 다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타인들의 우상숭배는 나를 아주 화가 나게 합니다. 병적으로 화가 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어쩌겠어요, 한미한 인간인 나는 그걸 비난할 자격도 없고 관심, 관심을 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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