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요령이라던지 운좋게 피해온 잠재적 불운들이 넘친다는 걸 요령부득으로 터진 불의의 불운으로부터 배웠다. 나는 A가 좋아해하던 예쁜 유명 레터링 케이크 가게에 취향을 고려한 비싼 케이크와 문구를 진지하게 골라 예약을 해두고 당일 조퇴를 한뒤 차를 타고 크게 가깝진 않은 그 가게로 갔다.
그곳이 속한 푸드몰이 있는 쇼핑몰은 처음 갔고 나는 쇼핑몰 중 이런 악의까지 느껴지는 복잡한 구조는 처음이네, 하고 겨우 가게를 찾아 케이크를 수령했다. 그리고 조수석에 곰의 거상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강아지들과 알록달록한 문구가 지상에 쓰여지고 옆면의 모든 면에 장식이 빽빽한 고대 그리스 후기 석주를 연상케 하는 케이크를 모시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대 독자여, 여기서 금과옥조 같은 금언을 하나 하노니, 소중한 케이크를 차에 두고 옮길 땐 케이크에 안전벨트를 메어주거나 염치불구하고 바닥에라도 두기를. 신호등의 애매모호한 점멸 때의 급정거로 조수석의 화려한 얼그레이맛 그리스 신전 석주는 보네트에 처박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때부터 러시아 원정에서 패전한 징발당한 스페인 왕국의 척탄병처럼 엄숙하고 비통에 차고 어두운 미래만을 생각하며 긴 시간을 기계적으로 돌아와야 했나니.
팀 회식에서 팀장 이하 모든 팀원을 죽였다. 다른 말로 치환하자면 다음 날 아침 나만 홀로 출근해서 팀장 이하의 연가나 병가나 지각 기안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극히 공산주의적으로 음주해서, 내가 부당하게 적은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이럴 때마다 내가 우월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나는 조금 슬퍼지고 물을 지독하게 많이 마신다. 그리고 업무도 자체종강한다. 나온 것으로도 사람들은 영웅대접을 해주니까.
곱창 같은 게 좋다. 곱창 같은 언어, 곰씹을 수록 고소한 곱이 침과 섞여 배어 나오는 발화, 말, 글, 경구. 곱창 같은 사건, 곱창 같은 노래, 곱창 같은 상황. 내 뇌는 소처럼 그것들을 되새김질하면서 음미하고 양분을 알뜰하게 착취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