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세이)데이 로버트 평전

by Josh

더플백을 메고 막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쟤랑 같은 소속인 애는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 전체가 반쯤 녹아 있었다. 선임병장에 의하면. 그는 이라크 전쟁에서 탱크 조종사였는데, 알라의 요술봉을 직격으로 맞고 지금의 외양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미안하게도 무서운 몰골인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첨언하자면 눈두덩에 마스카라를 바른듯한 다크서클과 삼백안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악마를 숭배하는 데스메탈 보컬 같은 분위기. 나는 그의 룸메가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도 룸메는 아니었지만, 근무처는 같았다. 군수참모부. 나를 환영하기 위한 (혹은 이를 빙자한)파티에서 그 애를 만난 것이다. 미국 영화에서처럼 걔는 내게 악수를 청하고 나는 데이 로버트야, 라고 했고, 나는 자연스레 영화를 본 덕에 영화처럼 내 소배를 했다. 화용론적 성공. 다짜고짜 이름만 말했지만 실은 내 소개를 요구한 것으로 찰떡처럼 알아듣고 담회를 성공시킨 것이지. 앗, 내 언어학적 허영이 이 글의 Coherence를 망쳤네.


각설하고, 그 두려움엔 좆같음도 덧생겼다. 이 씹새끼. 지는 부상자라 열외거나 대충해도 되는 새벽 피티 얘길 군수참모부 주임원사에게 꺼냈다. 마치 숙제검사를 잊은 선생에게 숙제검사를 요구하는 것처럼. 그래서 안하던 새벽 피티를 씨발씨발거리며 해야했고 이새끼는 지가 시작시켜놓고 부상자랍시고 포메이션만 하고 튀거나 쉬운 러닝도 헥헥댔다. 새벽피티후 먹는 한산한 디펙의 버섯 오믈렛과 폴리시 소시지와 메이플 시럽 얹은 팬케이크는 맛있었지만 이 씹새끼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추운 새벽 5시에 일어나 토하도록 뛰고 처먹는 게 맛이 없겠냐고 시발.


그밖에도 이새끼는 밤샘 당직을 서서 비몽사몽인데 새벽에 그 몰골을 하고 맨발로 복도, 화장실을 다니며 나를 식겁하게 하기도 했고(그 새끼 루틴이었다) 부상 뒤 받은 보직인 컴퓨터는 좆도 못해서 내 보안카드 아이디 만드는 데 보름도 넘게 헤매서 여기저기 수속 받는 똥개훈련을 시켰다. 왜 써전에서 상이군인이 스페셜리스트로 강등됐는지 알 것도 같았다. 씨발새끼.


그래도 결과적으로 나는 데이 로버트를 좋아한다. 아니 그에게 감사한다. 캠프워커로 전국단위 훈련을 갔을 때다. 노예화에 익숙한 한국 파견 장교는 지들 노예도 아닌 날 노예같이 다뤘다. 개무시하기엔 그들이 너무 막장이라(지금 전쟁이 나면 그새끼들이 군인인 한 일주일 내 인민재판이나 열릴 것이다) 밥 한끼 못 먹고 알량한 어학능력으로 똥을 닦아줘야 했다. 파견나온지라 숙소는 피난촌마냥 큰 빈 건물에 2층침대 수백 개가 박혀있는 곳.


그렇게 고통받고 오는데, 자살이 마려웠지만 자존심에 티는 안 냈는데 그 티가 낫나보다. 옆 벙커인 데이 로버트가 지가 먹으려고 사온 타코벨 치킨 브리또를 나에게 주었다. 씹, 그 데이 로버트가. 그 정도면 내 몰골이 얼마나 비참했던 거야. 이런 게 휴매니티인가. 그리고 딱 봐도 티나게 앉아서 스몰 톡을 하고 티 안나는 척 어설픈 지지해주겠다는 얘기. 눈물 참느라 혼났어 안그래도 그랬었는데. 아끼던 쫄병스낵을 답례로 줬다. 아마 안 먹고 버렸을 거지만.


어쨌든 브리또 덕에 나는 그새끼 좋아한다.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만한 장면을 만들어준 덕에. 또 강등은 되지 말고 새끼야, 상이군인 연금도 빵빵할 텐데 병신 같은 아미에서 고통받지 말고 편안하게 살길 바란다. 부상당한 외모 덕에 한국여자는 Choosy해서 안 만나는 게 아니라 못 만났을 텐데, States에선 편견 덜한 여자 만났길 바란다. 무엇보다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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