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담배를 한번도 피워본적 이 없는데 요즘엔 부쩍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친은 나를 가지고 담배를 끊었고 내가 흡연을 하면 죽고싶을 것 같다고 나한테 말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흡입해본 적이 없어. 근데 나는 한숨을 잘 쉬는 편인데, 담배를 피우면서 한숨을 쉬는 게 보다 기능적이고 적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어린 나이에 피우기 시작해서 나이가 들면 주로 끊는데 어린 시절엔 피우지도 않다가 남들 다 끊을 때 시작하는 것도 참 웃긴 일이지. 담배를 피운다면 연초보단 역시 연초를 찧어서 연기를 마시는 전자담배가 낫겠지. 맛도 선택하고 아빠 몰래 피워서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야. 먹음직스럽게 통통한 시거도 태워보고. 위스키랑 잘 어울린다는데 아직 나는 위스키 맛을 즐길 정도로 고급은 아니야.
연휴 기간 중 며칠은 빈 사무실에 나가서 책을 읽었어. 예전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다 말아서 그걸 다시 읽었지. 나는 일문학을 꽤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퍽 좋아해. 이사람이 가진 주제의식이라던지 문학적 의의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읽는 과정 자체를 즐겨. 마치 담배 피우는 것 자체를 즐기듯이 말이야. 읽은 뒤에는 얼마간 뭔가 신비로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에 마침 속편이 나와서 다시 사둬야겠지. 난 새책보단 좀 묵은 책이 좋더라.
요즘은 The Pretty Reckless의 음악을 자주 들어. 테일러 맘슨은 너도 아마 봤을 아동영화 그린치의 여자주인공이었고 미드 가십걸에서도 꽤 인기를 얻은 여배우였어. 그대로 커리어를 연기로 이어갔다면 헐리우드에서 출연료깨나 받으면서 잘 살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연기는 음악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까지 말하면서 로큰롤을 하고 있지. 연기할 때는 상큼하게 연기했는데 지금은 스모키화장 짙게 하고 째진 목소리로 노래부른단다. 난 이런 낭만적인 걸 좋아해. 낭만에는 별 뜻이 있는 게 아니고 잇속 안챙기고, 돈이 아닌 꿈을 좇는 류라면 다 낭만적인 거지. 난 그런 종류의 낭만을 좋아해.
사수는 2주째 안나오고있어. 모친이 많이 아픈가 보더라고. 난 사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들이 많이 슬프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 엄마는 아빠를 증오하는데 내가 없었다면 그 쇠사슬을 진작에 끊었을 지도 몰라. 엄마는 죽을 때까지 아빠를 증오하고 그와 동시에 두려워할 거야. 유감스럽게도 아빠도 마찬가지로 엄마를 증오하면서도 좋아하겠지. 우리 아빠는 악인에 가깝고 우리 엄마도 선인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해서 유감스러운 적은 없어. 말을 안한다 뿐이지 속깊은 사이가 되면 결국 자기 집안에 크고작은 문제는 가지고 사니까 나혼자 유별나게 세상의 짐을 다 진듯 수심에 차서 살지는 않지.
우리의 담화는 자뭇 집단적 독백같아. 그럼에도 나는 상관없어. 너도 상관 없어왔기를 바라. 요즘에 부쩍 포르노그라피를 봤어. 이건 아무래도 성욕보다는 도파민이 부족해서였던 것 같아. 도파민을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니 약, 마약, 술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았어. 운동은 가끔 하는데 아무래도 내 도파민의 역치가 이걸 아득히 상회하는 것 같아. 유감스러운 일이지.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