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술

by Josh

카르투시오회에서는 여느 수도원 수녀원들과 마찬가지로 기도와 노동을 하면서 기도로는 봉쇄수도원에서 침묵과 고행을 하고 노동으로는 자급자족할 밭농사를 일구고 샤르트뢰즈라는 엘릭서 혹은 리큐르도 만든다. 수백년 전 어느 연금술사로부터 전수받았다는 이 영약은 지금까지도 두 명의 수도사가 서로 상보적인, 수백가지 재료를 필요로 하는 레시피를 나눠가진 채 전수되고 전수돼서 프랑스에서 비과학적인 이유로 압생트를 박해하던 시절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서 만들기도 하다가 지금은 프랑스로 돌아와 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데, 공급은 달리고 나같이 허영심에 찾거나 하여 품귀가 심해졌고 국내는 더욱더 씨가 말랐다. 그런데 충남 어느 시골에 그게 꽤나 저렴하게 매물로 나와 연차를 내고 그것만을 사러 혼자 갔다. 전화통화로 사장은 연로하고 본인도 시골인지라 벌써 여기저기서 연락은 와있다고 했지만은 나는 계좌로 바로 쏘고 달려내려간 것이다.


나는 관성에 메여있고 또진보적이지 못하여 결제 순간부터 평일에 혼자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며 나 스스로에게 그 일탈에 대해 변호하며 내려갔는데 주된 논지는 시간이 갈수록 나는 부패되고 상실되고 훼손돼갈 뿐인데 샤르트뢰즈는 위스키나 와인과 달리 병입이 돼도 숙성이 진행되어 최소 10년이 지나고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면 진열장에 그걸 두고 멍을 때리면서 그것이 시간의 의미를 아로새기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기름값과 탄소배출량과 톨비를 생각해서 남은 재고를 모두 사기로 했다. 그러면 그 가게에 가는 모든 시간과 정신과 물적 비용은 N분의 1이 되는 것이다.


늙은 가게 주인은 반갑게 나를 맞이하고 예약해둔 술을 건넸다. 그는 내가 주문을 넣을 시점 내가 있는 도시로 놀러와 있었다고 했다. 진실은 모른다. 그리고는 갑자기 차분하고 음울해져서는 내가 언제 이 가게를 올 일이 있을까요, 라고 말했다. 사실 그건 나도 묵시적으로 염려하던 일이었고 나는 당황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명랑하게 좋은 술이 있으면 지구 끝까지 오겠지요, 라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여기는 바다도 있고 무슨 절도 있고 하니 지나가다 생각나면 들르시라면서 와인 한병도 챙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가져와 시계 태엽을 감고 있도록 집 안 내 눈에 잘 미치는 곳에 둔다. 성격상 이것들을 마시진 않을 것 같다. 1병만 남기고서는 시간의 의미가 필요한 사람이나 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에게 다 줘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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