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사실 앞으로의 술자리들을 그럴듯하게 거절하고 그때의 끼니마다 나폴리탄을 해먹겠다는 나의 계획이 첫장부터 좌절된 술자리이기도 했다. 괜히 심술이 나서 못된 소리들을 내뱉고 직장 동료들인데 일 얘기는 하지 말라고 계속 주의를 주었다. 사실 그래도 이해해주는 관대하고 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의 나폴리탄 계획을 좌절시킨 것이기도 했다.
내일도 술자리가 있다. 내일만큼은 반드시 단호하게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궐석할 것을 다짐하며 기상했다. 양조절을 실패해 남은 것을 락앤락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내일은 기필코 가지 않으리라. 이제 사회 친화적인 사람인척 하는 연극은 질려서 나라는 인간의 본성이 어쩔 수없이 드러나는 술자리에선 더더욱이 주의를 요해 신경을 곤두서느라 더는 그럴 짓을 할 용의가 없다.
어제의 술자리 직후에 나라에 이상한 일이 터졌고 나는 그것에 집중하느라 잠을 못잤다. 거기에 지난 주의 격무와 그제의 10시간의 운전 덕인지 나는 출근부터 맥을 못추었다. 점심은 거르고 구석에서 웅크려 잠을 잤다. 그리고 나답지 않게 반차를 내고 집에 갔다. 주말 밤 혼자 술을 마시고 어지러뜨린 집을 치웠다. 눈에 젖어 내 발과 마음을 우울케한 신발을 빨고 시트와 요와 옷가지를 세 번에 걸쳐 세탁하고 건조시켰다. 아파트 단지싀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수차례에 걸쳐 분리수거를 했다.
새벽에 조깅을 거른 게 생각나 일정량을 달렸다. 또 새삼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게 생각나 드레싱을 만들고 양상추와 초에 담근 양파와 버터헤드를 버무리고 담담하게 먹었다. 마늘을 튀기고 알리오올리오를 할까 생각한다. 아마도 오늘도 그것과 유통기한이 지난소시지를 구워 혼자 술을 마실 것 같다. 나폴리탄이 생각났지만 그건 반드시 술자리를 거절한 후 만들어 먹기로 결의한다. 이걸 읽을 누군가들은 내가 나아졌을 거라 착각하나 나는 더 심연에 가까워짐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