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영화, 약, 음료

by Josh

중경삼림을 거의 보다 말았다. 사실 그 영화의 이름과의 인연 꽤나 전의 일이다. 학생시절 스탑오버했던 홍콩에서 숙박한 학생답게 저렴한 숙소가 그 영화의 이름의 모티브이자 배경인 충킹맨션에 있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 1994년은 조차 조약이 끝나고 중국에 반환되기 3년 전의 시점으로, 영화 자체는 두 개의 남녀의 로맨스 옴니버스 형식을 띄나, 내가 느낀 것은 한없는 불안함이었다.


인물들은 내가보기에 하나같이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고, 충동적이고, 혼란 그자체이다. 내일이 없다. 내일이 없어서 비일상적인 짓들을 하고, 불온한 분위기 속에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가 떨어진다. 오늘의 번영 속에 불안한 내일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퇴폐적인 버전의 메멘토 모리다. 불안증과 우울증으로 약을 먹는 결국 나는 그 불안함을 더이상 참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기 직전 감상을 그만두었다.


프로작 계열은 날 덜 우울하게 하고 자낙스 계열은 날 덜 불안하고 졸리게 한다. 자낙스는 심장박동을 늦춰주는데, 그것으로 불안은 가시고 졸리게 된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불안이 가시고 졸리면 심장박동이 늦어지는데 그런 섭리를 까뒤집는 느낌이다. 내가 크게 체감하는 것은 조깅을 할 때다. 약의 반감기의 영향의 멀리에 있을수록 더 빨리 더 멀리 달리는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 술도 결국 심장박동을 늦춰 안정하고 만취시 잠에 들게 한다. 그러므로 자낙스 계열의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심장은 늦어지다 못해 멈출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어두운 보험들 중 하나다.


과일향 음료를 마시며 느낀다. 이 음료도 그렇고 다른 여러 특정 과일맛을 참칭하는 식음료는 정작 그 과일의 발가락도 들어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들을 먹고 마시며 실재하지 않는 과일을 먹는다. 어떻게 이런저런 향료들을 찝어내 적절한 비율로 섞어내서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을 화학적으로 풀어내는지 그 기전이 신비로울 때가 있다. 그러나 늘 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춘다. 딸기 우유의 코치닐처럼 그저 둔중하게 나는 일단 그저 먹고 마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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