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도 항상 그렇듯 아파트 휘트니스에서 트레드밀을 달렸습니다. 이 루틴에 건강이나 체중관리 혹은 자기관리 같은 거창한 대의는 없습니다. 그저 뇌에 도파민좀 먹이로 던져주고 싶은 이유 뿐입니다. 전 한번 루틴이 되면 강박적으로 그것을 지키려는 기질이 있어, 한번 습관화된 것을 파괴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무언갈 루틴으로 만드는 것을 경계하거나 자기파괴적인 욕망이 올라올 때를 기회삼아 루틴을 없애는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도 여지없이 뛰는데, 제가 주로 뛰는 트레드밀의 창가로는 상수리나무 가지가 마치 유대인의 촛대문양을 연상시켜 저는 뛰기 전 항상 유대인과 다윗의 별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며 시작버튼을 누릅니다. 그 외로는 평범한 거리와 병원, 냉면집 따위라 저는 눈은 뜨되 예의 공상의 머리 안쪽 세계로 눈을 돌리고, 락이나 메탈을 틀어두고 달립니다.
그런데 오늘 유리창을 보니, 어떤 광학적 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트레드밀 앞쪽으로 분리되어있는 위쪽 창문과 아래쪽 창문 중 아래쪽 창문에서 마치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처럼 달리고 있는 제 두 발과 싸구려 조깅화와 흰 양말과 발목만 달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동화에서 카렌이라는 불쌍한 소녀는 단지 공주님이 신은 빨간 구두를 동경해 그것과 비슷한 구두를 신고 그 기쁨을 간직하고 세례를 받고 교회 예배를 보았다는 이유, 자신을 거두어진 노부인이 아플 때 간호하지 않고 무도회장에 갔다는 이유로(이건 잘못이 확실히 맞네요) 영원히 구두를 벗지 못하고 춤을 추는 저주에 걸려 무덤가에서도, 온 산과 들에서도 밤낮없이 춤을 추다가 사형 집행인에게 자비를 구하고, 그는 발목을 잘라주고 신을 잘 숭배하고 등등의 훈계를 하고 나무의족을 만들어 줍니다.
그걸 떠올리며 나도 한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어릴 때부터 달달 외우던 십계명을 반복적으로 어기니, 언젠가는 발이 날아가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하느님의 경고성 메시지가 일종의 지표로 저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래도 상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