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면이 생각보다 제법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는 건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고서야 알았다. 1인분의 뭉치를 꺼내서 대책없이 물 끓는 냄비에 풍덩- 할 수 없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쫄면 조리 가능자가 된다. 이 뭉텅이를 한가닥 한가닥 수북이 뽑아줘야 한다. 이 일을 가만이 앉아 하고 있노라면 면의 색깔도 굵기도 또 면 뽑는 내 모양새도 마치 옛날 할머니가 짚을 꼬아 짚신이라던지 새끼줄을 꼬는 것 같아 쿡쿡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모든 가닥을 다 풀었다 해도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이 전분기 넘치는 면은 끓는 물에 넣어도 면이 서로 붙지 않도록 면을 꺼낼 때까지 세심하게 휘휘 저어줘야 한다, 끓는 물 위의 뜨거운 김을 참으면서. 그 뒤 헹궈내기야 쉬운 일이고 삶은 달걀이라던지 양배추나 양파를 준비해 두는 것, 시판 양념을 살지 사이라던지 다진 마늘 따위로 양념도 만들어둘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쫄면이 저렴한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사실은 그런 수고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내는 비법이라도 나 빼고 다들 알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 속 쫄면을 먹은 가장 오래된 기억은 태생적으로 목구멍이 좁았던 초등학교 저학년때 편도선 절개수술을 받고 회복이 되어 일반식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병원 아래층 분식집에서 쫄면을 어머니와 먹은 때다. 그 뒤 완전 회복이 될 때까지 병원을 갈 때마다 나는 그 분식집에서 쫄면을 먹었다. 수술 뒤 한두달은 매일 염증이 나고 수술부위가 부어 열이 수시로 나고 물 마시는 것도 고통스러워했지만, 병원 건물 1층의 분식집에서 그걸 먹은 기억은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