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죽여라. 주님께서는 누가 당신의 백성인지 아신다. 그린베레도 이를 차용해 Kill them all, and let God sort them out을 외치고 국내 특작부대에서도 모두 죽여라, 심판은 신에게 맡기라고 한다. 신이 정말 있고 사후세계가 궁극적이고 완벽하고 영원한 세계라면 그 경구에서 잔혹함보다 관대함이나 충만함을 느끼는 나는 미칠 대로 미쳐버린 것일까. 라틴어 원전은 카타리파 도시를 십자군을 일으켜 점령하고 도시민들 중 누가 카타리파이고 누가 아닌지 구분을 요하는 질문에 주교가 답한 말이다.
카타리파는 아이를 낳음당하게 해서 지옥같은 이 세상에 낳는 걸 죄악으로 여겨 항문성교만을 했고, 살육을 금한다고 하여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였으나 생선은 바다에서 자연발생한 것으로 생물이 아닌 것으로 하여 뭐든지 먹었다. 어쨌든 조로아스터교나 보고밀파처럼 이원론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서 현세는 악, 내세를 선으로 명백히 구분했다.
극명한 이분법도 아니고 현세를 내버리지도 않지만 어쨌거나 가톨릭도 결국 예수께서 스스로를 재물로 해서 한번 구원해주시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삼위일체를 흠숭하고 경배하며 베드로가 문을 지키고 있는 하느님나라로 가는 게 목표가 아닐까. 오로지 그 관점에서 본다면 살육의 죄악이야 죽이는 자들의 몫이고, 내세로 가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은 죽임당할때의 잠시의 아픔을 위무하고 영원한 안식과 평안으로 보상해준다는 것이 명징하다면, 단순한 종교적 광기로 아는체하며 얘기하는 다수의 인간들처럼 쉬이 위 문구를 떠들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살상을 행해야 하는 데브그루든 델타포스든 그린베레든 HID든 그걸 변용해서 호신용품처럼 읊고 새기지는 않을 것이고.
어린 시절에는 피정을 꽤나 다녔고 주로 다닌 곳은 카푸친회였던 걸로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때 수사들의 색만이 확실히 기억나기 때문이다. 왜 카푸친회로 부모가 주로 나를 보냈는지는 모르겠고 이제사 물어볼 생각도 없다. 외삼촌은 베네딕트회에 깊게 들어가있는데 재속 회원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쪽 계율도 모르고 이제는 관심도 없어서 물어볼 생각도 들지는 않는다. 몇번쯤 갔다가 성 대건 안드레아 유해를 꺼내서 입맞춤을 시켜주었는데, 그 뼈가 어느쪽 부위인지는 그때 상세히 듣고도 잊어버렸다. 어린 시절 다니던 성당도 제단에 김대건 안드레아의 뼈를 봉헌해 두었는데 그 뼈만은 확실히 오른쪽 발목쪽 뼈로 기억한다.
내가 열심히 그 성당을 다니던 시절에는 그 성당도 전성기를 맞아서 청년교회에서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고 사랑이 싹트고 결혼도 했고 내가 속한 어린이 교회에서는 매주 만나서 학교나 학원과는 또다른 세계에 속했었는데. 중학생때 그 교회가 아닌 다른 교구로 떠났고,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던 고등학생시절 어떤 사설 모의고사 점수때문에 좌절해서 새벽에 택시를 타고 빈 성당에 겁도없이 들어가서 성 요셉상 앞에서 엉엉 울고 다음에 점수를 회복해서 오만을 되찾은 게 그 성당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이 길잃은 어린양은 언젠가 돌아갈 수 있으려나요. 아마도 돌아가진 못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