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식탁, 일터, 약

by Josh

식탁 위의 화분이 그렇지 않은 화분보다 유의미하게 오래살지 않을까. 나는 최근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A가 준 꽃바구니를 나는 그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채 집에 와서 우연히 식탁 위에 두었다. 나는 식물에는 영 관심이 없지만 식탁에 앉을 때마다 문득 나는 꽃을 보고 나도 먹지만 식물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는 빈 컵을 잡히는 대로 들고 싱크대의 물을 받아 꽃바구니에 붓는다. 아침은 거르고 저녁은 보통 식탁 위에 앉으니 나는 꽤 많은 일수를 채워 물을 준다. 당연히, 꽃바구니 아래 꽃들이 뿌리가 있을리 없고 기껏해야 스펀지일 것이라 꽃은 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 다 시든 꽃바구니를 치우기 전까진 아랑곳하지 않고 시든 꽃에 물을 주고 밥을 먹을 것이다.


그 식탁에서 나는 같은 음식만을 상당한 기간동안씩 먹는 중이다. 되짚어보니 너겟을 다섯 끼 정도 연속으로 먹다가, 알리오 올리오를 비슷한 일수동안 먹다가 지금은 묵묵히 찐고구마와 파김치를 연속으로 먹기 시작했다. 담담히 먹는 동안 그밖의 것들은 도무지 생각이 들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 함께 마시는 술만은 다양하게 마시고 있다. 아지캉을 돌려서 마시고, 사워에일을 마시고, 온더락에 어떤 시트러스든 쥐어짜서 마시고, 토마토주스에 맥주를 섞어 마신다. 먹는 것보단 마시는 것에 더 흥미가 있는듯 하다.


나는 오만해서, 그럭저럭 죽지 않고 살기라는 어려운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인 일이, 목적과 수단 사이의 수직관계를 침노하여 내 삶에 영향을 끼칠 때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그것은 아주 우울한 일이다. 최근들어 일터에서 수많은 드라마가 발생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기에 연루되기 시작했다. 내 리더가 나에게 지시하는 쓸데없는 일들이 과중하게 많다는 것이 싸움의 소재 중 하나가 되어, 나는 양쪽의 청문에 시시때때로 끌려가 상대를 비판하고 양 극단의 안도감을 위해 청문의 주체마다 구미에 맞는 말을 되는데로 내 양심을 희생양삼고 있다. 더 강한 약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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