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이라. 좋다. 그래서 써. 거기엔 내 어린 날의 일부가 아직 있어. 콘스탄티노플로 부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지만, 이스탄불은 결국 이스탄불이겠지. 어쨌든 나는 좋아하는 곳이야. 사랑하고. 돼지고기가 없는 점이 유일한 흠이려나? 지금쯤 거긴 이제 반팔이겠다. 흑해는 시커멓게 출렁거리고, 낚여 올려져 고등어 케밥이 될 고등어가 그 안에서 헤엄치고, 아, 합시가 되어 튀겨질 정어리도 같이 헤엄칠 거야. 보스포루스 대교 밑에서도 그렇고 유람선에서도 그럴 거야. 여전히 선착장에서 회교도 아저씨는 곧 출발할 유람선에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보스포러쉬, 보스포러쉬를 염불처럼 외우다가 마지막에 구슬프게 영어로 플리즈, 라고 하려나? 포룸에서는 신발를 닦아준다는 애들을 조심해. 운동화라도 닦아준다고 달려드는데 착한 마음에 그 시늉이라도 바아줄라치면 당장 리라를 내놓으라고 할 테니.
술탄 아흐메트에서 자려나. 아야 소피아도 있고 블루 모스크도 있고 술탄들의 무덤들도 있고 하맘도 있고 시미타르와 시미타르 빵을 파는 상인들과 양탄자들과 양탄자를 파는 상인들과 고양이들이 가득찬 술탄 아흐메트. 거기엔 튤립 게스트하우스가 아직 있을까? 이건 네이버 검색만 해봐도 나오겠지만 아직도 나는 일부러 그걸 확인하기 위해 검색은 하지 못해. 이 글을 읽어도 나한테 알려주지 마. 튤립 게스트하우스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게스트하우스야. 카파도키아에서 보란듯이 다 벗고 팬티만 입고 잔 이탈리아 누나와 단 둘이 도미토리 룸에 있게 해준 슈스트링 게스트하우스보다도 튤립 게스트하우스가 내게는 여전히 제일이야.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호텔에서 숙박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내 생애를 통틀어 튤립 게스트하우스는 최고의 게스트하우스로 컨텐딩을 유지할 거야. 비오는 날 밤 론리플래닛을 절망적으로 뒤지다가, 어떤 아저씨가 자기는 터키 항공에 다닌다면서 뭔 증을 보여주고 데려간 어두컴컴한 숙소인지 마굴인지에 갔다가, 도망나오고 숨어 들어갔던 튤립 게스트하우스. 이건 비밀인데 그 게스트하우스 주인 가족은 쿠르드족이야. 그리고 그 치들은 투르크인들 솔직히 별로 안 좋아해. 이건 비밀 지켜줘야 해.
거기 주인 조카인 직원 디나르랑 나는 제일 친했어. 디나르는 이스탄불 대학생이고 자기는 천재라고 했어. 나는 마침 술탄 아흐메트에서 머무를 때 살라딘 전기를 읽고 있었어. 발음을 최대한 살려서 표기하면 살라흐-앗딘이야. 살라딘이라고 그냥 읽을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다를 거야. 살라딘은 어쨌든 쿠르드인이라는 걸 나는 이스탄불에 오기 직전에 알게 됐어. 나는 밤마다 게스트하우스 앞 구멍가게에서 합시에 에페스 맥주나 우조를 사서 밤에 마셨어. 그리고 카운터 당번인 디나르와 취해서 얘기를 했어. 그리고 자랑스럽게 나는 살라흐-앗딘이 쿠르드인이라는 걸 안다고 했어. 디나르는 아주 감격한 표정을 지었는데, 내 지금까지의 기억에 그것보다 감격한 어떤 사람의 얼굴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나보고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지하의 자기 방에 내려갔다가 작은 곰인형을 주었어. 뜬금없지? 근데 그거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어.
나는 거기서 보스포루스 대교를 건너 소아시아로 갔었어. 독일인들이 멋있는 건 베를린으로 다 훔쳐가버리고 남은 건 멋 없는 돌 밖에 없어서 상상력이 더럽게 많이 필요한 트로이도 가고 안작사단의 용맹이 증명된 차낙칼레도 가고 옥이 유명하고 로마에게 망한 페르가몬도 가고 가로수가 오렌지나무라서 오렌지 부족할 걱정은 없었던 셀축도 가고 대만인 여자애의 뿔테안경이 기억나는 부르사도 가고 에페소서의 에페수스도 가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한 개씩 나눠줘도 남을 만한 숫자의 지하성당들이 많은 카파도키아도 가고 솔직히 인상깊은 건 없던 사프란블루도 갔어. 안탈리아는 가지 않았어. 포지션이 겹쳐보이는 에페수스가 좀 서운해할 것 같았거든.
돈이 없으면 나처럼 괴프테를 많이 먹겠다. 아니면 양 내장 스프랑 에크멕을 먹겠다. 그거 알아? 케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이 케밥이 아니라는 거. 또띠아랑 구운 밥도 케밥이고 쌀이랑 고기랑 볶은 것도 케밥이고 고등어를 바게트에 싼 것도 케밥이고 샤슬릭이라고 우기고 싶은 것도 케밥이야. 괴프테는 간 고기 경단 같은 거라서 싸거든. 양 내장 스프는 에크멕이 무한이라서 싸. 아, 돈 두르마와 조지아산 와인과 로쿰과 카이막도 잊어선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