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불면, 자아, 맥주, 소설

by Josh

나는 10km을 뛰고 벤조디아제핀과 프로작을 먹고 마그네슘과 아르기닌을 먹은 뒤 거기에도 조금 부족한 날이 들 때면 멜라토닌을 추가해서 먹는다. 이정도 까지 오면 나는 지독한 불면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취총에 맞은 버팔로처럼 잔다. 얼마나 자는지 그대로 도축되고 부위별로 해체되고 설로인 같은 좋은 부위를 구워먹고 그리고 전각 같은 부위를 다져서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 구울 때까지도 곤히 잘 수 있다.


오사무도 불면을 앓았고 그는 은연중에 그리고 노골적으로 불면이 천재의 자질 중 하나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질 중 하나일 뿐이지 단순히 내가 지독한 불면증이 있다고 범인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나는 위의 방법으로 마취된 코끼리처럼 잘 잘 수 있는데, 언젠가 저 방책과 해자와 옹성을 넘어서 다시 불면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 그건 나의 주된 불안 중 하나다.


나는 조직의 암세포일까요, 계몽주의자일까요. 주위 세포들을 감염시키고 무한증식해서 무고한 숙주를 죽이는, 항암치료가 절실한 암세포일까요, 아니면 착취당하고 가스라이팅당하고 각자 가진 결핍의 인질이 되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착취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저항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계몽주의자일까요.


나는 구축되고 정렬된 체제에 삐딱하게 만들어져 비죽 튀어나와버린 삐딱이일까요, 아니면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어긋나고 왜곡된 패러다임을 지적하고 교정할 것을 요구하는 교정기일까요. 항암세포라면 키모보다는 키트루다, 더 여유가 된다면 ADC로 치료해주시길, 계몽주의자가 맞다면 단두대 대신 금고형이나 추방령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크러시는 말 오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맛이 난다. 상징과 기호. 음, 맛 보거나 맛 보였던 건 사람 오줌밖에 없는다. 그래도 그냥 오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러시는 말 오줌을 상징하는가. 크러시는 말 오줌이 될 수 있는가. 말 오줌이 크러시가 될 수 있는가. 아, 무엇보다 확정적인 사실은 오늘 남은 크러시는 되도록 남김없이 마셔치워야 한다는 것. 말 오줌을 마시면서 내일 회식에 빠질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알리바이를 구안해야겠다.


추리소설을 읽어라. 세상은 수수께끼 투성이고 모든 인간들과 사물들과 사건들은 묵시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그리고 고의적으로 혹은 자기도 모르게 감추고 속이려든다. 애거서 크러스티도 좋고 아서 코난 도일도 좋고 모리스 르블랑도 좋고 레이먼드 챈들러도 좋다. 그곳에서 프로타고니스트와 함께 즐겁게 추리를 해보면 너도모르게 추리의 요령이 뇌 속에 길로써 닦일 것이다.


세상은 찌그러져있고 좌우로 반사된 그림자만 보여주고 우상숭배와 사기꾼들의 장이다. 너는 그것을 분석하고 허위를 구분해내려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 자신을 잃어버리고 너도 왜곡된 일부가 된다. 물론 추리조차 안되는 것들도 많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두어라. 그리고 가능한 한 생각도 하지 말고 보려고 하지도 말고 곁에 있지도 말아야 한다. 추리 소설이랄 것도 없다. 그저 잘 정련된 소설을 읽어라. 내 짧은 견해로 좋은 소설은 어느 부분에서 추리소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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