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부모는 세계다. 부모의 불화는 세계의 진동이고 천지개벽이고 재난이다. 아이는 바삭하게 얄팍하고 속 빈 계란처럼 순백색이다. 얼룩이 지거나 손상이 가면 흐릿하게 하거나 무언가를 덧대도 수리공의 실력에 따라 정도만 다르게 불완전한 복구만 가능하다. 후천성과 교육과 계도나 윤리가 수리공의 도구들이겠네. 확률의 신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내주에 또 나가서 물건 팔고 와야 한다. 이번 가는 나라는 몇바씩이나 회전식 테이블에서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들과 독한 곡류 증류주를 마시고 와야 하는 곳이다. 경비 처리. 고탄다는 댄스 댄스 댄스에서 이렇게 자조했지. 그곳에서 고급 술을 사고 직업여성을 불러 도움을 받는 건 다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법인의 경비 처리라고. 세금 문제로 반드시 써야 한다고. 우리 회사는 아주 효율적인 곳인지라 항공포인트도 다 회수해가는 것으로 얼마전 방침을 바꾸었다. 고탄다는 차를 도쿄만에 처박으면서 자살했어. 그냥, FYI.
배달을 시켰다.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집에는 오지 않았다. 이상해서 배달 어플을 키니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의 다른 지점에서 나의 회사의 동료 직장인 앞으로 배달된 거였다. 욕이 나왔다. 상황을 확인했다. 그 친구는 전 부서 팀원이다. 나는 걔를 꽤 좋아하고 도움도 받았다. 배달시킨 음식은 떡볶이 치킨 마라탕 같은 헤비한 게 아니고 개당 8천원 하는 두바이 초콜릿 쿠키였다. 그 친구에게 재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센티맨털해져서 선물을 보낸 거라고 연기했다. 순수한 놈. 고맙게 받아갔다. 그러면 됐다. 사고는 누구나 치지만 차이는 그걸 수습하는 것에서 나오는 거야.
이건 실수일까? 단톡방에서 부자 애가 치킨 기프티콘을 선착순으로 쐈다. 나는 술을 마시며 한가로이 있다가 받았다. 한의사 친구가 진료를 보다 와서 못받았다고 울상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다 그걸 보고 같은 치킨 기프티콘을 줬다. 나는 한의학을 믿지 않는다. 그 친구도 그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내가 박나래를 이해한다고 자조하자 나에게 설사를 하는지, 소화불량이 있는지, 평소 어떠한지 묻고 반하사심탕과 황련을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줬다. 이게 나의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