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우울, 체호프, 고골, 뻔뻔함

by Josh

마음이 슈투카 폭격기처럼 급강하를 한다. 내 정신이 폭격을 당한다. 몹시 우울해지고 죽음만을 생각한다. 정말 그게 다다. 누군가와 싸워서도 아니고 어딘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도 아니며 유무형의 손실을 봐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슈투카 폭격기처럼 급강하했을 뿐이다. 가장 실재적인 이유는 약발이 안 받아서겠지. 그러나 약을 먹고 수면유도에 좋은 갖가지 것을 먹어도 잠이 끝끝내 안오는 날이 있기 마련이어왔다. 또 모든 이유가 없고 약을 잘 먹어도 무정하게 우울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볼 일이다. 아, 덧없고도 덧없도다, 꿈 속 꿈 같은 인생이여.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재미 없고 분별 없고 짜증만 잔뜩 나는 작가주의 흑백영화 같은 꿈.


고골과 체호프의 단편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정말 구분할 수가 없게 됐다. 아무렴, 어디에서건 러시아 인들은 뻬찌까에 달라붙어 추위를 모면하고 스베꼬보를 욕하며 보드카에 매일 아침부터 취해서 처자식을 팬다. 돈과 지위가 있는 양반들은 우리가 교포언어를 쓰듯이 프랑스어를 섞어서 점잔을 빼며, 샴페인을 경쟁적으로 마시고 무도회를 하고 만찬마다 과식을 한다. 루블과 꼬뻬이까를 쓰고 도박을 즐기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름은 초록빛으로 뜨겁고 겨울은 지옥같이 눈발날리는 추위에 시달린다. 어드 단편집에서던지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악의 소굴이고 해방과 상관없이 농노는 농노들이며 유로지브이도 있고 자기들도 모르는 하느님을 흠숭하지만 글자를 모른다. 아, 지독하다 지독해.


뻔뻔한 것도 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착취한다는 가능성에 대한 죄책감의 사고 흐름을 차단하고 이로인해 높은 가능성으로 발생하는 주위로부터의 반응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무시해내면서 이윤을 취해내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지닌 많은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인간들을 수탈하고 빼앗고 병탄해왔다. 그렇지 못한 나는 고결한 양심을 챙기고 그들을 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그 뿐이다. 역겨운 인간들, 머저리들, 분에 넘치게 받고 있는 놈들, 민폐끼치는 놈들, 또 반대로 핍박받고 착취당하는 착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결국 결론은 이쪽으로 귀결된다. 뻔뻔한 것도 능력이라고. 꼬우면 나도 뻔뻔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하라고 머리는 요구해도 왜 행동으로 되지 않는가. 나는 절대로 선한 인간이 아니다. 내 잇속 챙기는 걸 좋아하고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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