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문짝 위의 기다랗고 폭 좁은 면에 일대 진지가 모서리쪽에 구축되어 있다. 거기엔 보트 피플같이 반은 인간같이 반은 그것이 아닌듯이 생긴 것들이 분주히 기관포대에서 역할에 맞게 냉각수를 나르고 탄창을 정비하고 총대를 조립하고 총열이 가지런한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표적을 향해 발사한다. 그것들이 너무 작기도 하고 또 반인 반괴 같은 형태라 그들의 귀 혹은 그에 준하는 구멍에 귀마개가 꽂혀있는가 하는 고민은 너무나 통속적인 고민이 되고 만다.
총알들은 나를 향하는 듯도 하다. 그러나 위대한 물리학의 운동법칙은 그 에너지가 질량에 준하도록 예비되어 있어 간혹 나에게 와 닿아도 나는 이것이 맨드라미 씨앗의 솜털인지 어디선가 아이가 국화 씨앗을 후 불어 의도없이 날려온 것인지 고민을 찰나에나 하고 죽은 물고기 눈으로 다른 것을 한다. 그러다 문득 맥주나 마시러 나가고 문을 여닫는다. 비장한 기관포 중대원들은 그렇게 갈리어 떨어져 사라진다.
A와 주말에 속초에 갔다. A는 본인 사주에 물이 있다는 것으로 물가에 가는 걸 사족을 못쓰는 본인의 성벽을 정당화한다. 나의 경우는 머나먼 남쪽나라의 손때 덜 묻은 바다들을 보고 몸을 담가보고부턴 동해 정도가 아니면 도무지 바다에 흥미가 돋지 않는다. 날이 흐려 바다 색깔은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사람 적은 바다가 좋았다. 바람도 강해 파도도 강했다.
바다 근처의 비릿하고 짠 냄새가 나에게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 냄새는 내가 어떤 상황에 있건 물과 소금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고 그 안의 맛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 위로를 함의하고 그것을 언어 대신 냄새로 내게 위무해온다. 중앙시장의 거대한 번영은 그 사이에 들어가 나룻배처럼 여기 떠밀리고 저리 떠밀려도 나의 음울한 암향을 온갖 튀김과 짠내로 압도한다. 그렇게 나는 어느정도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