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일 싱싱한 글이겠네. 나는 장기간에 걸쳐 배설해 둔 글들이 산처럼 많다. 그리고 처박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스캇물 애호가와 비슷한 비율과 그들의 열정과 같은 것으로(그들을 모독하는 건 아니다. 순전히 비유와 상징의 이미지가 떠오른 게 이거다. 아니야, 술 때문이다)나보다도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며칠 전 인상깊었다. 자기는 서평을 써달라는 인간들이 줄을 서서 지금도 힘들고 기고문을 써달라는 편집자들이 오와 열을 이루고 서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바쁘고 고매한데 어떻게 다 읽으시겠냐고, 역순으로 시도해보되 포기할 거라고 했다.
근데 그 사람 다 읽었다. 요즘 심신미약이라서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서 진짜 무서워졌다. 그래서 내 산더미 같은 똥들을 시간을 들여 옮기고 숨겼다. 그리고 그 사람이랑은 술마시고 싸우고 그거 핑계로 가까스로 도망쳤다. 아마 그 사람 여기까지 쫓아올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그 치토스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목 닦고 있겠다.
어쨌든 옮기고 숨기고 있는 과정에서 나도 내 글들 다시 읽으면서 내 글들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내 글들이 내 손을 떠나 고유의 생명력으로 오히려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 어휴, 술이나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