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조직의 실세의 부인이다. 그것으로 이 닭장의 닭들 대부분은 몸을 떤다. 나는 닭장 속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나의 죽은 물고기 같은 양 눈은 안쪽을 향해 사유할 뿐이다. 닭장은 닭장 수준에 맞는 관심과 진심이면 된다. 그러나 유독 요즘들어 조그만 닭장 속 소리가 시끄러워져 신경이 쓰이는데, 그 사실 자체로 내 자존심에 상처가 난다. 건조한 사실로서 나는 동료들이 부서장에게 팀장과 더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고 연판장에 이름을 올려주었다.
냉소자로서의 내 위치를 주지시키지 못하고 이 닭장에 진심으로 과몰입하는 인간들에게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
다만 나는 닭장 속 닭으로서의 연기는 대충 해왔다. 닭털을 대충 뒤집어쓰고 체신머리없이 대가리를 뇌까리며 모이가 오면 달려들고 물통의 더러운 물을 마시고 하늘을 향하는 연기. 요즘은 하도 피곤해 그런 연기를 다소 포기했다. 그러자 몇몇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장닭들이 내가 '위태'롭다고 주의를 주었다. 연판장도 그 피상적 결과일 것이다. 거기에 대해 나는 A국에 연고가 있고 기실 당신들의 세계인 이곳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돌려서 고백했다. 그러나 Y는 그것은 나중의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잘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안에 대한 내 짜증은 그것으로 대충은 구원받았다.
어제 다들 국회의 생방송을 보거나 직접 나가거나 할 동안 나는 특별 세일로 사온 애호박 몇개를 시간을 들여 씻고 잘게 다듬어 냉동실에 넣고, 트레드밀에서 예의 락음악을 들으며 얼마간을 뛰고, 러닝을 마치고 돌아오니 배송되어 있던 못난이 양송이 1kg과 구좌 흙당근 1kg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그 일부와 냉동실에 처박혀있던 유통기한 지난 존슨빌 소시지와 토마토퓨레로 스튜를 만들어 A가 구워둔 바게트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문득 휴대폰을 켜니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는 거시적이지 않은 미시적인 인간이다. 나없이, 아니 나와 관계없이 세계는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