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우설, 신사, 아나키즘

by Josh

우설구이는 기묘해요. 맛이야 당연히 있지만 식감도 그렇고 왠지모르게 소와 딥키스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렇게 되면 이 혀가 숫소의 혀인지 암소의 혀인지 궁금해지기도, 한국의 누렁이인지 호주나 미국 같은 서양 소인지도 궁금해지고요. 아무렴, 소와 딥키스 하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고 더 파고드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겠죠 선생님. 그리고 맛만 있으면 그만이죠 뭐.


신사에는 신이 없어도 있어야 한다. 세 사람이 안아도 못다안는 두꺼운 삼나무가 빽빽하고 돌과 바위와 그것을 깎아만든 석상들은 하나같이 녹눅한 이끼가 두꺼운 이불처럼 붙어있고, 입구엔 그자체로 신의 길 같이 생긴 도리이, 그리고 손을 씻으라고 졸졸거리는 바가지와 물터. 신이 있을 것같이 모셔둔 신의 집들. 냉담 중인 천주교도이자 얄팍한 유물론자인 나에겐 이렇게 모순되고 애달픈 기호가 있다. 그래도 신사에는 신이 없어도 있어야 한다.


나라도 결국 플랫폼이 아닐까. 아니, 적어도 언젠가는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징병으로 국민에게 군복을 입히고 공장의 라인에 집어넣기 시작한 이래 국민국가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교육과 여러가지 치밀한 프로파간다로 국가는 국민들에게 국가에 무조건적인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국가에 충성할 것을 가스라이팅한다. 기실 나의 조상이 호족에게 착취당하나, 양반들에게 뜯기거나 군포를 내느라 굶주리나, 일본인 지주에게 핍박당하나 결국 수탈은 같고 윗대가리만 다를 따름이 아닌가. 이런 말 떠들어야 돌이나 맞지, 당장 부모에게서. 부모만 아니라면 나는 이미 계정 삭제하고 다른 곳에 회원가입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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