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투자, 로맨스 스캠, 막걸리

by Josh

투자에 의한 자본 증식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그 역으로도 언제든지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음은 안다. 모쪼록 이교도에게 포로로 잡혀 있는 나는 내 몸값을 지불하기 위한 금화를 마련해야 한다. 부모 도움 없이 푼푼이 남는 돈을 몰래 주식계좌에 넣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반대의 경우보단 아직은 많아서 신의 도움과 나의 의지와 재치와 시류의 적확함 덕으로 금화를 지불하고 자유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다.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나는 부모에게 받은 모든 것을 그자리에 두고 유감을 그들에게 전하고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 가장자리에 낯을 가리고 서글서글하지 않은 바를 열 것이다.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응대와 일일 수입을 개의치 않아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술이나 마실 것이다. 그리고 밤에는 부엌에 앉아서 글을 쓸 것이다. 장편소설. 그러다가 인생을 마감하겠지.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세상에 대해서 익힌 나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동원한 통찰과 담대함과 침착함을 가지고 매수를 하고 매도를 해야 한다.


그 직원은 나이가 많이 들었고 안경을 썼으며 머리가 벗겨져있고 코에 코털이 항상 여러개 보이고 살이 볼록 튀어나온 남방을 입어 흡사 소시지 같은 인상이며, 가족이 지방에 있어 혼자 살며 자택이 없고 내국인 여성과 교제한 적이 없다. 동남방언이 섞인 언변은 눌변이며 모든 것이 느리고 운동능력으로 치면 걷는 것조차 기적으로 보인다. 500만원 정도로 추정되는 구형 BMW는 한두번 얻어탄 바 타는 냄새 때문에 주행 중에 터질까 노심초사했고 바닥은 모래와 풀 투성이였으며 유리창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흐릿했다.


아마도 세상의 낙이 없어선지 오로지 먹는 것만이 그의 불만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듯 한데, 그의 주된 배출구는 그것은 아니다. 그는 버는 돈과 쌓이는 연차를 모두 모아서 틈이날 때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가서 여자를 산다. 그것을 굳이 감추지도 않아서 대부분은 알고 있고 나는 그가 로맨스 스캠에 당했다는 사실을 그와 대면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개인의 자유이고 나는 타인이 무슨 짓을 하던 나에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상대도 않는 이 사내에게 대가를 받고 밑에 깔리고 그의 코털을 보며 입맞춤하고 시큼한 그의 몸을 만지고 애무하는 개도국 여성의 운명에 대해 곧잘 생각한다. 그리고 서글프게도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참으로 대단한 인내심을 가졌다고 이따금씩 생각한다.


막걸리에 아스파탐이나 사카린은 반칙이다. 기타 다른 인공감미료도. 밀가루도 반칙이고 장립종도 반칙이다. 오로지 단립종 쌀과 물과 누룩의 삼위일체가 막걸리를 이룬다. 그러면 전국의 면단위 군단위로 있는 수백수천 개의 유사막걸리에서 선택지는 손에 꼽게 된다. 그중에서 접근성이 제일 좋은 건 느린마을, 호랑이막걸리 정도려나. 물론 나는 막거리 마니아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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