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인수인계, 주말, 조깅

by Josh

신년자 인사이동 대상자가 되어 인수와 인계, 혹은 그 중간에 계속 있었다. 유쾌하지 않은 곳에서 유쾌하지 않은 곳으로의 이동이라, 나에게 인계를 해준 사람은 최전방 참호에서 교대근무라도 하는듯이 도망치듯 떠나갔고(거의 모든 짐도 그대로 있어서 흡사 야반도주 같았다), 나에게 인수를 받은 사람은 내가 보기에도 애처로워보여 나도 처음에 남몰래 화장실에서 운 적이 있다고까지 위로인지 겁박인지도 모를 말을 지껄이고 말았다. 이 과정들은 독감과 그 여파 속에 신음중인 내 건강상태와 시간적으로 중첩되어 암담하고 매캐한 빛깔을 띄었다.


주말에 눈이 오기 전 아울렛에 갔다. 새로운 러닝화를 사고 유니클로에서 옷 몇가지를 산 뒤 바지 몇개의 재단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Y와 밥을 먹었다. Y는 국적이 한국인 산낙지가 철판 위에서 매운 양념들 사이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은 것을 매우 좋아한다. 문어 같은 두족류는 고지능이라는데, 죽음 중에서도 끔찍하게 팽형처럼 삶기어지거나 산채로 죽음을 맞아야 하는 예의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나의 부친도 살아있는 두족류를 산채로 삶아먹는걸 좋아해 나도 무뎌졌고 말이다.


새로운 러닝화를 신고 조깅을 했다. 뭘 하든 장비 욕심이 없어서 그저 러닝화가 닳았다 싶으면 ABC마트에서 사이즈 하나만 남은 신발-나는 성별에 비해 발이 매우 작아서 대부분 그런 떨이 신발들은 내 사이즈에 맞는다-이나 아울렛에 가서 스포츠브랜드 팩토리 스토어에서 집히는 걸 사는데, 나이키 페가수스가 눈에 들어왔다. 어리석었던 나의 20세 초엽에 나는 이것의 이전 버전의 카키색 페가수스를 신었는데, 번화가 매장이 아닌 이곳에서 만난 페가수스는 흰 색에 가격은 더 어렸다.


인수와 인계로 안하던 조깅을 오랜만에 했으나 바꾼 페가수스 덕인지 퍼포먼스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페가수스를 탄 나는 페르세우스일 터인데, 메두사나 다른 괴물의 목을 자르고 별자리가 되어야하나, 생각하던 의식의 흐름은 집으로 돌,아가 커티삭에 솔맛 토닉워터를 타마시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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