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이빨, 탐미주의

by Josh

A와 스케일링을 했다. 치아 검진도 자연스레 추가하기에 생각없이 받았다. 친가의 육친들은 대개 건치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자랑스레 여기며 본인의 옥수수 같은 건치를 보여주곤 했다. 심지어는 조부의 묘에 물이 차 이장할 때도 모든 것이 썩어 사라졌어도 온전한 건치만이 둥둥 떠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부는 술에 절어 살았어도 죽을 때까지 이빨이 있었다.


나또한 검은 양일지언정 사정은 비슷해서, 그 치과가 살롱 같이 꾸며두고 거창한 음악에 검진을 자연스레 추가하고 검진과 스케일링이 끝난 A에게 의사가 아닌 어떤 미녀 분이 별실로 부르고 우식된 치아 두어개를 보여주며 돈 백만원을 부르는 과잉진료 치과였음에도, 나에겐 볼게 없고 이대로만 하라는 짤막한 말만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잠깐 유쾌한 승리감이 들었다.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온 날 다 봤다. 극중 유성아에게 묘하게 공감되었다. 탐미주의. 그녀는 완벽한 미를 이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무슨 대가던지 지불하려는 것이었겠지. 나도 미를 갖춘 글이든 행위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면 큰 것들 잃어도 상관 없다는 주의다. 아니, 그런 기회를 은근히 바란다. 비슷한 시기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미시마 유키오를 읽었다. 공교롭게도 탐미주의 작가들이다. 다만 미시마 유키오는 너무 아름답게 쓰는 나머지 구토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시)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