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에는 9시간 운전을 하고, 많이 걷기도 해 매우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약없이 잠을 청해볼 절호의 찬스라 여겨 그렇게 해봤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비몽사몽으로 후회했지요.
제 뇌는 고집불통에 말을 안듣는 활달한 아이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결의를 다지면서 휴대폰을 던져두고 눈을 질끈 감으면, 뇌는 여전한 흥분상태로 칭얼대듯 제가 생각하기에 멋진 표현이나 문장, 메타포, 생각을 생각해내 저에게 던집니다. 그러면 저는 또 오, 진짜 괜찮네, 하고 다시 또렷해진 정신으로 문장이나 생각을 곰씹다보면 잠은 멀리 달아납니다.
유감스러운 건 그렇게 곰씹고 날이 밝으면 꼭 활자로 옮겨봐야지, 그러니까 다음날 아침까지 대강이라도 외워두자, 결심해도 다음날은 그 결심한 것만 기억나기 일쑤랍니다. 그리고 운좋게 생각이 나서 신이 나서 글자로 옮겨봐도 잠자리에서 사투하며 생각해둔 멋진 언어에는 한참 떨어지는 글이 나와요. 역시, 제 뇌는 그 주인만큼이나 교활한 탓이겠지요.
오늘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는데요, 실은 저에게 비빔밥이 다가오면 그것은 비빔과 밥이 된답니다. 저는 그것이 육회비빔밥이건 꼬막비빔밥이건 산채비빔밥이건 밥은 온전히 두고 나머지만 섞어 밥과 반찬처럼 먹거든요.
그 연유가 미식적인 이유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제 미각은 둔해서 질이 좋건 나쁘건, 비싸건 싸건 그 차이를 잘 못느끼고 다 먹고 돌아서면 그 맛이 어땠는지 잊어버리기 일쑤거든요. 어린시절부터 가끔 그랬던것 같고 결국 '비빔과 밥' 방식이 승리하게 된 적확한 계기는 첫 회사 첫 사수에게의 소소한 반항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친한 누나인데요, 충만한 직업정신과 이제 돈이란걸 벌기 시작한 제 커리어에 대한순수한 선의로 저랑 엄청 지지고 볶았어요. 그 누나와 점심 저녁을 엄청 먹었는데 그 누나가 특히 좋아한게 각종 비빔밥이었고, 당연히 그 누나는 비빔밥을 비빔밥처럼 먹었고, 전 순간 이 방법만이라도 내 식대로 해야지 하고, 그 뒤로 그 누나와 수십번 이상을 비빔밥을 먹으며 비빔과 밥을 먹었습니다.
누나는 별 얘기는 하지는 않았지만 일로 엮이지 않게 되었을 때 사석에서 그것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기도 애매서 그냥 밥과의 조화가, 전분이 어쩌구저쩌구 하고 얼버부리고 말았죠. 어쨌든 오늘도 전 비빔과 밥을 먹었고요.
그 누나는 좋은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상급자는 저는 꼰대라고 부릅니다. 그중에 최악은 교포 꼰대라고 생각해요. 저는 회사의 물건을 해외에 파는 직무를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교포 꼰대를 꽤 만났어요.
그들은 자신의 태생을 십분 활용해서 자기들이 편리할땐 아메리칸 마인드이고요, 자기들이 불리할 땐 유학자가 되거든요. 그 반대-편리할 땐 책임자의 의무를 어버이와 같이 하고, 불편할 땐 아메리칸 마인드로 쿨하게 넘기는-유니콘을 운 좋게 만날 때도 있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