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독서, 이어폰, 선입견

by Josh

이번주에는 에쿠니 가오리와 다자이 오사무를 번갈아 읽고 있다. 스위치 히터처럼 말이다.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고 레몬 치즈 케이크를 먹는 것과 진배없다. 여전히 오사무의 암울한 글은 지옥같이도 술술 읽힌다. 심연이 너무 아름다워 계속 보다간 나도 심연이 될까봐 슬슬 불안해지면 에쿠니 가오리를 꺼낸다. 그녀는 세상을 예쁘게 보고, 연두부처럼 몰캉몰캉한 글을 쓴다. 그렇게 나는 속을 좀 달래고는 다시 오사무의 우울로 깊이 침잠한다. 그로토의 해중동굴 속처럼 그곳은 바닷물 치고는 덜 짜고, 얼음같이 차갑고, 물고기들은 많이 없다. 그렇게 자맥질을 하고는 또 에쿠니 가오리의 레모네이드 같은 글을 마시고. 또 반복.


썩은 생선의 눈을 하고 안구를 대개 바깥이 아닌 뇌쪽으로 두고 생각하며 사는 나는 물건 분실에 취약하다. 아, 덜렁댄다는 말이면 충분할 텐데. 그래서 버즈 시리즈 이어폰은 정작 사놓고도 필연적으로 잃어버릴걸 알기에 역설적으로 집에나 있다. 대신에 기분따라 QCY 같은 저가 덤핑 중국산을 기분 내키는 데로 사고 기분 내키는 데로 잃어버린다. 중국이 자국산 온라인 플랫폼이나 가전제품으로 온갖 개인정보를 축적해낸다는 이야기는 익히들어 알고 있어 알리나 테무는 사용하지 않으나, 나같이 대단치도 않은 인간의 음악취향에 대해서 캐간다고 그게 중국에 유용한 정보는 될리 없으리라.


나는 선입견을 가진다. 또 뻔뻔하지만 진솔하게 그 성향을 떠들고 다닌다. 태초부터 인간이 선입견이 없었다면 살아나 남을 수 있었을까. 예컨데 이렇게 생긴건 대개 위험하니 피하고, 보통 저런 냄새가 나는 건 배탈이 나거나 죽으니 피해야 하고, 이런 것들. 사람이 좋든 싫든 처음부터 만나 내가 보고 겪는 데이터들을 통해 그들을 범주화하고, 먹거나 만져도 되는 것인지, 당장 전속력으로 달려 피해야하는지, 주시하면서 다른 데이터를 더 수집해야하는지를 정한다. 정글이나 오지에서 가죽 팬티나 걸치고 석기나 쥔 인간과 지금의 세상의 나나 진배없기 때문에 나는 그에 준해 주의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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