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고객보다 더 고객의 비즈니스를 탐구하자
2장: 고객보다 더 고객의 비즈니스를 탐구하자
“저희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수많은 B2B 영업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고객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 목록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성장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 줄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 여러분이 고객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주기적으로 시장상황, 경쟁상황, 전략 영역에서 컨설팅 자문을 받는다. 컨설턴트들은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들이다. 그들과 똑같은 컨설턴트가 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고객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기회와 위기까지 대화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을 고객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고객의 비즈니스를 탐구’해야 한다.
고객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고객이 어떤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누구에게 판매하며, 돈을 어떻게 버는지를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고객이 ‘미래에 돈을 벌 구조(Revenue Stream)’에 기여하거나,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Cost Structure)’를 바꿔 주는 솔루션을 제시할 때 비로소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영업대표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고객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1. 고객사의 최종 고객은 왜 경쟁사가 아닌 이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걸까? 고객사만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2. 이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서 돈을 벌고 있는가? (Revenue: 일회성 판매? 구독? 수수료? 광고?)
3. 이 회사의 가장 큰 비용 지출 항목은 무엇인가? (Cost 구조: 인건비, R&D, 물류, IT 인프라, 불량품 처리?)
4. 고객의 가장 큰 비즈니스 문제가 무엇인가? (문제 파악 및 솔루션 제안)
이 질문들의 답을 찾는 첫걸음은 재무제표 분석과 고객과의 확인 작업이다. 먼저 고객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여 매출/이익 구성(어디서 돈 버는지)과 판관비/매출원가(어디에 돈 쓰는지)를 파악한다. 고객사의 가장 큰 수익원과 비용 지출 각 TOP 3를 뽑아낸다. 재무제표 요약만 보면 알 수 없고 재무제표 상세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고객을 만나 여러분이 분석한 내용이 맞는지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고객사의 차별화, 강점, 약점 등을 찾아낸다.
사례:
여러분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의 영업대표이고, ‘A 물류회사’가 잠재 고객이라고 가정해 보자.
• 수익 구조: 보통 우리는 ‘배달 건수가 많으면 매출이 많을 것이고 이익도 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닐 수 있다. 이익을 분석해 보니, ‘A 물류회사의 수익은 단순히 배송 건수가 아니라, 특정 기업과의 장기 계약과 반품 처리 같은 부가서비스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고객의 차별화는 ‘장기 계약’과 ‘반품처리’였던 것이다.
• 프로세스 개선 분야: 고객 실무자들을 만나서 확인해 보니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분야는 역시 반품 처리였고, 향후 프로세스를 개선할 부분은 반품 처리 속도를 더욱 개선하는 것이었다.
• 경쟁 우위: ‘경쟁사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 아닌, ‘압도적으로 빠른 배송 속도’가 고객사의 핵심 경쟁력이라면, 여러분은 이 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처럼 고객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고객과의 대화하는 기술, 그리고 외부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고객과 대화할 때는 세 가지를 활용해야 한다. ‘질문’ ‘경청’ ‘분석’이다.
첫째, 질문에 관한 것이다. 세일즈의 무기는 말솜씨나 제품 지식이 아니다. 고객의 말을 듣고, 그 안에 숨겨진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며,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서 ‘질문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 ‘열린 질문’의 힘: “이 시스템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요?” 같은 닫힌 질문 대신, “현재 팀에서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향후 3년 내에 달성하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열린 질문을 던져 보자. 고객은 더 깊은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여러분은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탐색적 질문’으로 뿌리 찾기: 고객이 “보고서 작성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라고 말하면, “왜 그런가요?”라고 먼저 물어라.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고객이 말하는 표면적인 문제 너머의 근본 원인을 파고들어야 한다. ‘왜?’라는 한마디는 정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세 번의 ‘왜?’를 물어보라. 대부분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팀의 생산성은 얼마나 향상될까요?”와 같이 파고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고객의 보고서 작성 시간 단축이라는 단순한 니즈를 넘어, ‘데이터 접근성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훌륭한 질문을 했다면 이제는 진지한 경청이다. 경청은 고객의 ‘말’과 ‘속마음’을 동시에 듣는 것이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말하는 모든 정보에 집중하여, 그들의 표면적인 말과 숨겨진 속마음을 동시에 읽어내야 한다. 비언어적 신호도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특정 이슈를 말할 때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한숨을 쉬거나, 몸짓이 커진다면 그 부분이 바로 고객의 핵심적인 ‘고통(Pain Point)’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분석이다. 경청으로 얻은 정보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률은 떨어졌다”고 말하고, “최근 신입사원 이탈률이 높다”고 덧붙였다면, 여러분은 두 정보 간의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 ‘비용 부담이 늘어 회사가 모든 비용을 줄이면 직원 만족도가 낮아지고, 이것이 이직률 증가로 이어져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데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형태의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고객님의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닌,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솔루션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신입사원 적응을 도와 이직률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와 같이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세일즈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여러 부서의 여러 사람을 만나서 ‘질문-경청-분석’의 과정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고객사의 임직원들 각자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분야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여러 부서의 여러 명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외부 정보 습득을 통해 고객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 보자. 세일즈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고객의 정보를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다음은 고객의 외부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고객사는 이미 여러분에게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시장에 공개해 두었다. 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 고객사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보자. 일례로, 대부분의 고객사는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게재한다. 만약 고객사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면, 이는 그들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에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여러분의 솔루션이 데이터 분석과 관련 있다면, 고객사와 데이터 분석에 관련된 대화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 또는 SNS를 통해 고객의 최근 동향, 성공 사례, 제품 및 서비스 출시정보 등을 파악하면 고객의 비즈니스 동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사업보고서 및 재무제표는 반드시 찾아보아야 한다. 공시 시스템에서도 간단히 찾아볼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경영진의 목표’나 ‘주요 사업계획’을 숙지하자. 만약 보고서에 ‘해외 시장 진출’이 올해의 핵심 목표로 명시되어 있다면, 여러분의 솔루션이 해외 시장 진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제표에서는 매출액, 손익 등 많은 정보가 함축되어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성장성과 재무 건전성을 파악한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 ‘비용 절감’을, 매출은 성장하지만 부채가 많다면 새로운 투자를 할 때 ‘낮은 초기 비용’을 중요시 여길 것이다.
• 뉴스 기사, CEO 인터뷰, 특집기고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요즈음은 여러 알림 기능을 활용하여 고객사 이름이나 업계 키워드를 등록해 두면 새로운 기사가 나올 때마다 소식을 받아 볼 수 있고, 고객과의 미팅 전에 최신 이슈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터뷰 내용에는 그들의 비전이나 철학, 사업 방향과 전략, 사업적 고민이 담겨 있다.
• 외부 전문 기관의 리포트나 리서치 결과를 이용하자. 외부 기관들은 일단 큰 흐름을 시작으로 리포트를 낸다.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고객이 속한 산업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이다. 먼저, 전문 뉴스레터를 구독하자. 산업별로 협회도 있고, 각종 기관에서 발행한다. 대부분 무료이다. 최신 용어나 동향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어 고객과의 대화에서 전문가다운 인상을 줄 수 있다. 나는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많다. 경제신문, IT 신문, 회계법인, 증권사, 정부기관, Start-up 협회 등 상당히 많다. IT 산업의 경우 Gartner, Forrester, IDC 같은 글로벌 리서치 기관이나 국내 주요 증권사나 컨설팅 회사들의 산업 분석 리포트를 이용한다. 고객사의 경쟁 환경, 기술 트렌드, 시장 규모 등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정책 및 규제 변화를 파악하자. 예를 들어, 최근 데이터 보안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면, 여러분의 솔루션이 규제 준수를 어떻게 돕는지 강조하는 것이 좋은 제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러분은 ‘세일즈맨’이 아닌 ‘문제 해결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B2B 세일즈의 목표는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비즈니스 모델, 산업 환경, 재무 상태, 그리고 숨겨진 이슈까지 깊이 이해하여 그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여러분의 영업을 장기적인 신뢰와 파트너십으로 이끌어 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