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직전, 어떤 '삶의 파노라마'를 원해?
프롤로그
죽음 직전, 삶이 주마등처럼 촤르륵 흘러간다는 얘기들을 한다.
진짜냐고? 진짜다!
내 경우 정말 그랬다.
살면서 두 번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
놀라지 마라. 처음은 가벼웠으니.....
그저 웃으면서 봐줬으면 좋겠다.
죽음과 “안녕?” 인사한 첫 번째 순간은,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편의 코메디같다.
장소는 뷔페 식당, 시간은 점심 때..!
그즈음 음식을 먹다 기도가 막혀서 죽었다는 사람들의 기사를 자주 봤다.
나는 어릴 때부터 김치 한 줄기를 두 번 정도만 우걱우걱 씹어 삼키고, 계란 한 알도 텁텁한 목넘김이 좋다며, 2~3번만에 꿀꺽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기도가 막힐 리 없지.
가성비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던 뷔페 식당이었다.
동료 강사님들과 학원 아이들 자리 배치를 돕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아이들 자리를 잡아주고, 드디어 나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기대했던 순간이냐...
나는 딱 봐도 살이 두툼한 갈비를 집어 들고 한 입에 우겨넣었다.
‘아! 행복해..! 입안 가득 고기고기!!’
“선생님 반 아이들은 다 왔나요?”
눈치도 없지..! 이 타이밍에 질문이라니...
동료 강사님은 고기로 꽉찬 내 입을 보지 못했는지, 질문을 했다.
나는 예의 바른 사람이니, 입안의 갈비가 다 사라질 때까지 무응답으로 있을 수 없다.
조금 무리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이쯤이야~.’하며 갈비를 꿀꺽 삼켰다.
“.........(우리 반 애 몇 명은 사정이 있어서 못왔어요.)”
말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동료 강사님의 얼굴에 '? ' 물음표가 가득하다.
얼른 대답해야 하는데!!
‘목소리야, 너 왜 안나오니?’
“........”
급하게 물을 마셔본다. 물은 넣자마자 입 밖으로 주루룩 흘러내렸다. 단 한 방울도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이게 무슨 추태람.’
그러다 눈앞이 파래짐과 동시에 몸이 휘청거림을 느꼈다.
갑자기 지금까지의 내 삶이, 카메라 필름처럼 휘리릭 지나갔다.
매우 빠르게 흐르는데,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게 내 인생을 보여준다.
‘뭐? 이게 내 인생이라고? 나 겨우 이렇게 살아왔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뭐냐고?
현재 내 모습에 대한 아쉬움?
더 누릴 수 있었는데,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순간 나는
‘나 왜 열심히 안 살았지?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잖아!’와 ‘하고 싶은 게 마음에 그렇게 분명하면서, 도대체 왜 안한거야?’였다.
그렇다. 바로 지금처럼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게,
내 오랜 꿈이었다.
언젠가 ‘박정선 작가님’으로 불리고, 유명해지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무언가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사람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만 쓰면 머리가 아프다는데,
나는 글쓰기가 꼭 말하기 같다.
내가 말할 내용을 그저 글로 쓰는 것이니,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어렵지도 않다.
심지어 그렇게 쉽게 쓰는 내 글을,
가독성이 좋다며 , 읽기 편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나는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시간을 허투루 쓴 것이다. 그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게다가 내일, 어쩌면 신문 기사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문 매우 작은 귀퉁이 한 켠,
‘울산의 한 뷔페 식당, 20대 후반 학원 강사, 기도가 막혀 숨져’라는 표제가 실려있는 게 보였다.
‘살아야 해!!!’
이렇게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후회감을 안은 채 죽을 수는 없다.
나는 계속 삼키려던 갈비를, 이번에는 뱉어내려 애썼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니, 셀프 기침을 해댔다.
“컥~ 컥컥컥~!!”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짐승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힘껏 기침을 해대자 갈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나를 쳐다보다가, 입밖으로 나온 갈비를 보고서 경악했다.
“어휴~. 큰일날뻔 했네요.”
‘그러게요. 큰일날뻔 했네요. 하마터면 아무것도 시도 못해보고, 그냥 허무하게 죽을 뻔 했어요.’
그래서 이후로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냐고?
아니다. 이 책이 내가 단독으로 쓰는 첫 번째 책이니까....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죽음의 순간 이후로도, 나는 바쁨을 핑계로 계속 글쓰기를 미뤘다.
정말 바빠서 그랬을까?
글쎄......
그러다 결국 두 번째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두 번째 죽음의 문턱은 결코 낮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나를 심하게 질책했다.
‘너 지난번 죽을 뻔하고도, 여태 계속 이렇게 산 거냐.....? 생각하던 것들을, 행동할 수도 있었잖아.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도대체 뭐하며 보낸 거야? 얼마나 후회하며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두 번째 죽음에 관해서는 책 중간에 다룰 예정이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간단하게 다루고 넘어가겠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
나에게는 언젠가 또다시 죽음의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때는 내 인생 파노라마를 보며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를 안아주며 ‘애썼다.’고 말해주고싶다.
그런 순간을 위해 나는 지금, 이렇게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죽음 직전에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냐고?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니 이제는 당신이 답해보라. 당신은 죽음 직전, 어떤 파노라마를 보고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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