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 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미디까지 다 해줄게~ ♬”
가수 싸이의 노래다. 미술, 과학실험, 신체, 음악 등등 유치원 교사는 모든 분야의 것들을 섭렵해야 한다. 아이들이 관심 가지는 것 위주로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지만, 늘 어렵다. 아이들이 좋아할까? 재미없어하면 어쩌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늘 고민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큐 사인이 들어오면 연기를 시작하는 연예인들처럼.
“이 동네의 연예인”
동료 교사와 우스갯소리로 말하고는 한다.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한 곳은 면 단위의 시골이었다. 운전하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유치원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월세방을 얻어 자취했다. 걸어서 출근하던 어느 날,
띵!
학부모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걸어서 출근하시네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응원 문자였지만, 전혀 응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느끼지도 못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어?! 유치원 선생님이다. 그렇죠?”
“아 선생님 차가 없으세요? 버스로 출퇴근하기 힘드실 텐데.”
편의점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서, 정류장에서 만난 학부모에게서, 들었던 질문들. 근무했던 곳은 작은 시골이었기에 서로가 서로의 가정을, 다 잘 알고 있어, 무슨 일이든 비밀은 전혀 없는 동네였다. 도시에서 온 20대 여교사가 자동차가 없어 자취하고 있다는 것은 금세 소문을 탔다. 금요일 저녁, 이곳을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IC를 통과해야만 해방이라 느끼고는 했다.
카페를 갔는데 자신의 반 학부모 절반 이상이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에 도망치듯 나왔다는 선생님, 큰 마트는 학부모 만날 확률이 100%에 달해 휴일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교사들의 일화들. 이건 무슨 사생팬 피해 다니는 연예인, 생일 카페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 연예인의 모습들 아니냐고요.. 나 또한 교사를 시작한 이후로 휴일에는 다른 지역을 가고는 한다. 우연히 간 식당에서, 카페에서 우리 반 아이를 마주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신나고,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거리로 삼을만한 일이지만, 미안하다, 아이들아.. 선생님도 휴일에는 일반인이 되고 싶구나. 교사모드를 오프 하고 싶어.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 연예인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모르는, 가다가 누군가를 마주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혹여나 마주쳤는데 그때 나의 행실이 잘못된 모습이었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세요?”
”혹시 우리 아이 몰래 때리셨나요? CCTV 보여주세요. “
”선생님도 이 정도 상식은 있으시죠? “
”바깥 놀이 중 선생님이 담배를 피우는 걸 우리 아이가 봤다는데, 진짜인가요? “
연예인에게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숙명은 악플과 구설수이다. 온갖 악플들에 상처를 받는다. 위의 질문들은 교사 생활을 하며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들었던 것들이고, 직접 들은 질문 중 가장 황당했던 것은 담배였다. 비흡연자이기도 하지만, 교육기관은 금연 구역이고, 흡연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사가 학교 내에서, 그것도 수업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부모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어, 혼란스러움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그 감정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연예인답게 나만을 위한 팬들이 있다. 아이들이다. 나의 수업에 아이들이 웃어준다. 놀이 시간에 꼬물꼬물 하며 만든 색종이 접기와 그림들을 선물하고는 한다. “성상님 사랑해요”라는 자신이 아는 모든 글자를 총동원해 편지를 써서 주고는 한다.
오랫동안 좋아한 아이돌그룹이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대상을 받는 것보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담아 콘서트장에 가 있는 힘껏 응원하고, 그들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챙겨보고, 때로는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당부하는 말들도 이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아이가 행복하기를, 웃기를 바라는 마음에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과하게 표현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연예인과 팬은 일대일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는 제삼자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 유아이다. 관심이 유아에게 있기에, 유아의 사진을 찍고, 유아를 주제로 한 소통을 한다. 교사는 그 과정에서 오는 선플과 악플, 이슈들을 해명하기도, 묵묵히 견뎌내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의 욕구는 상충되지 않는다. 다만, “내 아이”를 생각하는 학부모가 “우리 유아들”을 염두하는 것이 어렵듯, “우리 유아들”을 보고 있는 교사가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녀가 없는 교사라면 더더욱.
내 자녀의 교사가 좋은 교사이기를, 나의 자녀를 예뻐해 주기를 바라듯, 교사 역시 유아들의 기억에, 학부모의 기억에 좋은 교사로 남기를 기원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부모와 교사는 누구도 우위에 있지 않은 교육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아이(유아)의 행복”이라는 큰 방향성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존재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