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의 하루는 아이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by 김소원

자도 자도 부족한 잠을 깨우며 운전석에 앉고 30분 거리의 유치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드라이브스루에서 커피 한잔은 필수다. 어린 시절 꿈꿨던 어른의 모습이니까. 학교 앞 차단기에 나의 번호를 스캔해야지만 문이 열린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며 보안관님께 “안녕하세요~”밝게 인사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손에 커피 한잔을 들며 내린다. 상상 속 나의 모습은 멋진 커리어 우먼이지만, 실상은 시간에 쫓겨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화장도못 한 쌩얼에 커피는 죽지 않기 위해 마시는 음료에 불과하다. 교실로 가며 출근하시는 다른 교사분들과 인사를 하고, 학교의 문을 다 열어주고 퇴근하는 문 개폐 선생님께 조심히 가시라며 인사한다. 교무실에 가 오늘 해야 할 업무를 확인하고, 일과를 되새기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후, 교실로 들어간다.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바닥에 하나, 둘 떨어져 있는 교구를 정리한다. 오늘 하루 할 수업을 준비하고 있으면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아들이 등원하는 것이다. 제일 바쁜 시간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등원하여 여러 보호자를 동시에 마주한다. 아직 초임 교사라 그런지 이때가 민망하다. 한 명씩 마주하면 아이에 대해 말하면 되고, 행사나 현장 체험 학습이 있다면 그 내용에 대해 말하면 되지만 일상적인 하루 속에서 동시에 마주하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렵다. 늦게 오는 유아들도 있기에 모든 유아가 교실에 다 오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그럼, 그제야 유아들과 제대로 인사하고 활동을 할 수가 있다.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소로 이동하면서 청소원분들과 도우미 선생님, 복지센터와 협력하여 오시는 시니어 선생님 등 학교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과 마주친다. 급식소에 도착해 오늘 식단을 확인하며 영양사 선생님과 알레르기 유아 대체식품에 대해 의논한 후, 배식을 받는다. 맛있는 밥을 해주고, 배식해 주시는 조리사님들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1시에 교실로 방과후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교육과정이 끝나고, 방과후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방과후 선생님과 유아들의 컨디션, 투약 여부, 기타 등등을 인수인계한 뒤, 교무실로 향한다. 출근 시간이 달라 아침에 만나지 못했던 교사분들과 인사를 하고, 업무를 한다. 교사들에게는 수업 외에 고유의 업무가 하나 이상씩은 있다. 특히나 병설 유치원일 경우 맡게 되는 업무가 더 많다. 단설유치원의 경우 교사가 많기에 업무를 나눠서 하면 되지만, 2학급, 3학급 병설 유치원의 경우 8-10명이 하는 업무를 3-4명이 나눠서 하기 때문이다. 안전교육, 유초이음, 방학 중 계획, 예산 등등 각종 보고서가 넘쳐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유치원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행정실과의 협력, 초등교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 업체, 현장 체험장 등 외부 업체와의 협력도 많기에 교무실에서는 늘 전화하기에 바쁘다. 2시쯤이 되면 오후 도우미 선생님과 시니어 선생님이 출근하신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일을 하다 보면 “들어가 보겠습니다.”하는 인사 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 출근하신 듯한데, 벌써 3시간이 흐른 것이다. 5시가 되었고, 교사들도 퇴근할 시간이다. 늘 정신 없이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이상, 유치원 교사의 일과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문제, 김 교사가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한 행동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사이다.


“유치원 교사”라고 하면 보통은 아이와만 만나고 생활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치원에는,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위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서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특수교사, 원어민 강사, 스포츠강사, 늘봄전담사 등 아직 등장하지 않은 많은 선생님이 있다.


학창 시절, 복도를 다니다 보면 수업하지 않는, 어느 반에 담임도 아닌 정체를 모르겠는 선생님들을 종종 만나며 “저분들은 도대체 누구실까?” 생각하곤 했다. 교사가 되고 나서 알았다. 유치원(학교)에는 정말 많은 인력이 있고, 그 인력 모두 다 필요하며 심지어 부족하다는 것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위의 일과는 유치원 담임교사의 일상이고, 유치원 안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직책의 일상은 다르다. 앞 장에서 몇 번 말했지만 나는 돌봄 교사로도 2년간 근무를 했다. 돌봄 교사를 할 때 나의 루틴은 아침 8-9시 1시간, 저녁 5-7시 2시간, 총 두 번을 출근해야 했다. 맞벌이 부부로 일찍 등원하는 유아들과 늦게 퇴근하는 유아들을 보육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 출근하는 것이 번거롭긴 했지만, 유아들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며 일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때의 난 수험생이었고, 공부와 일을 병행하고 있어 1분 1초가 소중하고 아까웠다. 돌봄교실에 있는 유아들을 담임교사들이 자신의 반으로 데리고 가야 내가 퇴근 할 수 있기에 적어도 8시 55분에는 와주기를 바랐지만, 선생님들은 9시 혹은 9시를 넘어서 유아들을 데리고 가고는 했다. 그러면 나의 퇴근 시간은 자연스레 늦춰졌다. 마음 같아서는 9시 딱 되면 퇴근하고 싶었지만, 그 교실에는 나밖에 없고, 교사 없이 유아들만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선생님들께 일찍 데려가 달라고 말하면 “미안해요, 최대한 우리가 맞출게요.”라는 말만 매번 반복될 뿐, 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본인들만 정교사라 바쁘니, 나한테 맞추라는 건가? 왜 매번 시간을 안 지키지? 월급 더 줄 것도 아니면서.’

마음속에는 늘 불만만 가득했다. 어쩌면 난 그것을 갑질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시험에 합격해 정교사가 되고, 담임교사가 되면 절대 저렇게 행동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깨지고 말았다.


유치원의 일상은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활동이나 놀이가 지연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급식소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학년이 가서 먹는 것이 규칙이다. 유아들과 활동하다 보면 가끔, 정해져 있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때가 있었다. 그것이 잘 못된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조리사분들은 배식을 해주시고, 이미 도착한 다른 학년들 뒤에 줄을 서서 받으면 되니까.


“선생님, 저희는 저학년 배식이 끝나고, 고학년 배식을 하기 전에 짬 내서 점심을 먹어요. 그런데 유치원이 늦게 오면, 저희의 배식도 늦어지고, 그럼 저희는 점심을 허겁지겁 먹거나 어떨 때는 먹지조차 못할 때가 있어요.”


한 조리사님이 건네주신 말에 머리가 띵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그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었구나. 나도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에 불과했구나. 수치심이 밀려왔다. 야속해서 화를 내실 법도 한데, 굉장히 조심스럽고, 예의 있게 건네주신 조리사님께 감사하고 죄송했다.


교사에게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업무가 있다. 특히나 유치원 교사는 공문서 작성 등 공식적인 업무뿐 아니라 매일매일 일을 처리해도 쌓이는 가위질, 자료실 정리, 쓰레기 버리기 등 잡무도 많다. 교사들이 학교 안에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은, 지킬 수가 없는 환경일 때가 많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다른 교사들과 일과에 대해 의논하고, 급한 공문이 오면 처리하고, 혹시나 밀린 업무가 있다면 해내기에 바빴다. 휘리릭-급한 것들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보니 9시가 훌쩍 넘어 깜짝 놀랐다. 혼자 그 교실을 책임지고 있을 돌봄 교사의 심정을 너무 알아 죄송함에 달려갔다. 몇 번을 죄송하다고 말하고, "내일은 꼭 지킬게요." 말하지만 쉽지 않다.


유치원(학교)의 특성상 “교사와 학생”이 주가 되기에 대부분의 일과가 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공간이다. 그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다른 분들의 업무를 가볍게 여기는 것 또한 학교 안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교육 환경이 개선되기를, 더 많은 인력이 보충되어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교사로서 오늘도 난 나의 행동을 계속 되돌아본다. ‘혹여나 유아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나도 모르는 새 또 다른 갑질이라고 불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늘 되새기고 반성한다. 교사가 교육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기를, 그리고 그 환경은 유아(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걸로까지 이어지는 것임을 부디 알아주기를.

이전 15화선생님은 자녀가 없으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