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엄마가 있어요?

by 김소원

유치원에서 매번 아이들에게 듣는 말이다. 유아교육과를 꿈꾸며 유치원에 교육봉사를 가서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뭐라 답해야 하는 건가. 유아들에게 엄마아빠의 사랑이야기부터 역사적인 날로 내가 태어났음을 알려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건가. 아니면 예의가 없는 아이구나라며 혼내야하느건가 고민하곤 했다. 이 질문을 들은지 오조억번째가 된 지금은 “그럼 선생님도 엄마가 있지.”라며 대답한다. 그럼 “어디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질문이 오는데, “집에 있고, 선생님이랑 똑같이 생겼어.”라고 대답하면, “선생님도 집이 있어요?”라는 또다시 귀여운 질문이 오곤 한다. 이제는 그 모든 질문들이 익숙하고, 몇 번을 들어도, 똑같은 흐름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들이라 살짝 지루해져 아이들이 더욱 신박한 질문을 해주길 바랄 때가 있다.

5월마다 꼭 하는 활동이 있다.


“가족 이야기나누기”이다.


단순히 가족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엄마 아빠의 결혼순간부터 내가 태어나고, 자라는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협조가 더욱 필요하다. 5월이 되면 항상 “유아들과 엄마아빠의 결혼순간과 나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과거사진과 가족사진 한두장만 보내주세요.”라는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초음파사진부터 결혼식사진 등 아예 앨범으로 제출해주시는 가정이 있는 반면, 한 장도 제출하지 않는 가정이 있다. 이 활동만큼은 모든 유아들이 다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마음에 다시한번 공지를 하면 그제서야 대부분의 가정에서 제출을 완료하신다. (그럼에도 끝까지 안내는 집도 있지만.)


가정에서 사진을 준비해주실동안 교사인 나도 사진을 준비한다. 나의 엄마, 아빠의 총각, 처녀시절부터 결혼식사진, 오빠의 갓난아기시절, 나의 갓난아기시절, 그리고 현재 오빠와 나의 모습과 가족사진까지. 준비한 후, 수업을 시작한다.


“옛날 옛날 철수와 영희가 살고 있었어요.”하며 20대의 나의 엄마, 아빠 사진을 칠판에 한 장씩 붙인다. 동화책이 아닌 사진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유아들의 집중도는 높아진다. “영희가 정말로 좋았던 철수는 영희에게 결혼하자고 고백을 했어요~”라며 나의 아빠가 엄마에게 꽃다발을 주는 사진을 보여준다. “받아줬을까? 안받아줬을까?”질문하면 이때가 유아들의 호응이 가장 클 때이다. “받아줬어요!” “안받아줬어요!”라며 의견이 나뉜다. 나 또한 이때가 제일 신난다. 다 알고 있는 결말인데도, 유아들의 열정적인 호응과 반짝이는 눈망울에 괜스레 기분이 좋다. “영희는 받아줬어요!”라며 나의 엄마, 아빠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준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철수와 영희는 결혼을 해서 사랑을 했고, 아이가 한명 태어났어요. 이 아이의 이름은 윤태인데.” 라고 말하며 오빠의 갓난아이사진을 붙인다. “윤태가 혼자 놀이하는게 심심해보였던 철수와 영희는 소원이라는 아이를 한명 더 낳았어요.”라고 말하며 나의 갓난아이 사진을 붙인다. 이때 아이들은 아이의 사진보다는 “소원? 선생님이랑 이름이 똑같다.”라며 신기해한다. 그 아이가 실제 나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렇게 윤태와 소원이는 사이좋게 지냈어요.” 라고 말하며 5-6살쯤 되보이는 나와 오빠의 사진을 붙인다. “시간이 흘러 윤태는 소방관이 되었고.”(오빠가 소방차와 함께 있는 사진을 붙인다.)


“소원이는~”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다음에 나올 사진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사진은 없다. “선생님이 되었어요.”로 끝난다. “엥, 이게 뭐예요? 사진있죠?”라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아니야. 없어. 진짜 선생님이 되었어. 이 사진들 속 사람들 다 선생님 가족이야. 선생님 엄마, 아빠, 오빠!” “에~~ 진짜요?”라고 물어보며 아이들은 칠판 속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럼 저 아기는 누구예요?” “선생님이야! 선생님도 이렇게 아기였다가 큰거야.” “그럼 저 결혼하는 사람들이 진짜 선생님 엄마, 아빠예요?” “그럼! 선생님도 엄마, 아빠가 있어.” 아이들은 여전히 신기해하고 못믿겠다는 듯이 쳐다본다. 선생님은 원래부터 선생님인줄 알고, 엄마, 아빠는 어린이인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니. 유아들의 세상에 지진이 난 것이다. 이미 그 지진을 겪어온 나는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귀여워 죽는다.


한차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은 아이들 차례이다. 가정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유아들과 공유한다. 초음파사진부터 어린이집사진, 작년사진, 현재의 내가 된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공유한다. 간호사,경찰,의사 등 직업의 대명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공룡이나 스파이더맨 등 그 나이때에만 꿈꿀 수 있는 미래가 나오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나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한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부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바란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초임시절에는 모든 가정으로부터 결혼식사진을 받았다.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라는 동화책을 읽고, 내가 상상하는 엄마, 아빠의 결혼식을 그린뒤, 책의 표지에 붙여주었다. 그리고 내가 그린 엄마아빠 결혼식 그림과 실제 우리 엄마아빠의 결혼식을 비교해가며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책 안에 부모님의 결혼식사진을 붙인 책을 각 가정에 배부한 뒤, 기분 나쁜 찜찜함이 남았다. ‘내가 과연 잘 한 것인가? 이렇게 수업을 진행해도 되는가?’하는 다행히 그때 당시 아이들은 한부모가정이 없었고, 모든 가정에서 결혼식 사진을 제출해주셨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기분 나쁨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선배교사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결혼식이라는 것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이지 않을까?
나는 결혼식 안하고 싶거든. ”


유레카였다. 14명 아이의 부모님 결혼식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다 똑같았다. 하얀색 웨딩드레스, 검은색정장.

행복하지만 인위적으로 짓고 있는 미소까지. 그렇다보니 유아들과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한정적이었다.


“아 맞아요. 선배! 저 그래서 부부사진만 있는 결혼식 사진보다, 양쪽부모님과
다 같이 찍은 결혼식사진에서만 유아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서로의 가족이 만나 또 다른 가정을 이룬 것이라고.”


선배교사는 말했다.

- “너가 이야기하고 싶어한거는 가족이 가장 행복한 때를 알려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 그 동화책 때문에 혼돈해서 그렇지.”


그랬다. 유아들에게 특정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결혼식을 꼭 해야한다거나,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가 있다는 인식 등이 교육을 하며 내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인데, 유아들에게 대놓고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풀이 죽어있는 나의 모습에 선배교사는 또 한마디 해주었다.


- “그래도 너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건 정말 좋은 것 같아.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이 다른 국적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다문화가정이거든. 각자의 가정속 이야기가 다 다르잖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유아들도 각자 다른 집안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측면에서는 다문화수업을 제대로 한 것이지.”


역시 선배교사는 달랐다. 후배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싶어했던건지, 어느 부분에서 헤맸던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언해주셨다. 그때 이후로 나의 수업은 변하였다. 더 이상 결혼식사진을 필수로 제출하라고 하지 않는다. 단,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나는 가족사진 한 장만을 제출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3대가 사는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사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엄마밖에 없으니 말을 조심해야 한다든지, 이렇게 보여주면 상처를 받을 것이라든지는 어른들의 생각이다. 사실 유아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유아기부터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음을 알려주면 유아들은 그것을 당연히 여기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 우리 또한 어릴 적 이혼가정은 이상한 가정, 안좋은 가정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편견이 생긴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나는 배운 어른이 되었고, 교사가 되었으니 유아들에게 그런 편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O는 엄마, 할머니 세명이랑만 사는구나. J는 아빠가 멀리 외국에 계시대.”등의 말을 하면 아이들은 “그렇구나”의 반응이지. “쟤네 집 이혼했구나,기러기가정이구나”등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형적인 가정의 형태가 많고, 그 외의 가정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 6살이 된 아이에게서 기죽음이 느껴질 때는 안쓰럽고 속상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바란다. 우리 학급에 더더 다양한 가정의 아이들이 있기를, 손에 손잡고 지구촌 한마음이 나의 학급에서 작게나마 이루어지기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기를, 사회에 나간 유아들이 싸우는 어른이 아닌 사랑하는 어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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