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by 김소원

3월 2일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전국의 교사와 학생들이 가장 긴장하는 날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같은 걱정을 한다. “올해 내가 맡을 아이들(담임)이 누구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두렵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 모두 같은 소망을 한다.


“부디 나와 잘 맞는 아이들(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2년차 교사에게 3월 2일은 더 긴장된다. 특히 초임일 때는 도대체 첫날 무얼 해야 하는 걸까, 나를 소개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말로만 하면 되는 건가, 아니면 뭐 선물을 줘야 하는걸까, 어려웠다. 각종 도서와 유튜브를 찾아보고, 선배 교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수업 준비를 했다. 단순히 “선생님은 00이고, 무엇을 좋아해~”라는 말로만 소개하면 딱딱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 PPT로 선생님 퀴즈를 하기로 했다. 우선 부드럽게 나의 이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 번째부터 본격적인 퀴즈가 시작된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을 O와 X로 표현해주면 돼. O는 두 손을 크게 머리 위로 들어 동그라미를 만들어주면 되고, X는 손가락으로 표현하거나,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가로질러주면 돼."


교사의 몸짓과 말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선생님 퀴즈 시작!


1. 선생님은 안경을 쓴다?!

이 질문에 대부분의 유아들은 X를 한다. 지금 보이는 선생님은 안경을 쓰지 않고 있으니까. 하지만, 정답은 o이다. 그리고 안경 쓴 나의 사진을 보여준다. “선생님은 지금은 안경을 안 쓰고 있지만, 집에 있거나 눈이 아플 때는 가끔 안경을 쓰기도 해.”라고 말하면 o를 든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리 엄마도 그래요!” “맞아요. 그래서 저 o를 했어요.”


이 퀴즈를 하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슬이가 약간 ‘억울하다는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지금은 안경 안 쓰지만 집에서는 쓰죠? 저 그때 X 들었어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어 줘서 고마워.” 뒤늦게 고마움을 전하자, 억울함이 가시는 듯 미소 지으며 떠나는 슬이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2. 선생님은 핑크색을 좋아한다?!

이 질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o를 한다. ‘여자’인 선생님은 당연히 핑크색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x이다. 나는 하늘색을 좋아한다. 유아들에게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서 억지로 하늘색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정말 나는 하늘색을 좋아한다.


“선생님은 하늘색이 좋아. 그래서 바깥에서 파란 하늘하고 구름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해.”


이 덕에 바깥 놀이를 나가면 늘 유아들은 말한다. “선생님, 오늘 구름 떴어요. 선생님, 오늘은 비가 와서 하늘이 안 보여요. 그럼, 선생님 슬퍼요?” 등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에 괜스레 울컥한다.


3. 선생님은 피카츄를 좋아한다?!

O와 X가 반반 갈리는 질문이다. “어른인데 피카츄를 좋아해?”라는 반응과 “나도 피카츄 좋아하니까, 선생님도 좋아하실 거야.”라는 반응. O라고 정답을 밝히며 피카츄 인형을 꺼내면, 아이들은 환호한다.


“우와 피카츄다.”

“선생님이 가지고 온 거예요?”

“저도 만져 보고 싶어요.”

“선생님은 피카츄를 좋아해. 그래서 피카츄를 데리고 왔고, 앞으로도 이 피카츄와 함께 00반에서 놀이할 거야.”


피카츄는 1년 내내 최고로 인기 있는 인형이 된다. 그리고, 유아들은 그림으로, 종이접기로, 디폼블럭으로 피카츄를 만들어 선물해준다. 덕분에 나의 책상은 다양한 피카츄로 넘쳐난다.


4. 선생님은 꽃을 좋아한다?!

마지막 퀴즈이다. 피카츄를 만나 약간은 흥분된 상태로 유아들은 이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대부분의 유아들은 O를 한다. 그리고 또 한번 선생님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잉? 왜 막대기를 꺼냈어요?”

"우와 화분이다."

"우와~ 어떻게 했어요?"

"꽃이다!"


화분에 막대기를 꽂고, 빼내면, 꽃이 펼쳐진다. “플라워완드”라는 마술도구를 이용한 것이다. 마술을 하게 된 계기는 초임 때 했던 퀴즈를 대실패 했기 때문이다. 초임 시절에는 스킨스쿠버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바닷속 “물고기”를 아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상어나 고래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영상에는 선생님이 보이지도 않고, 바닷속 작은 물고기들만 나와 실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들은 직관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유아기 발달 특성인데, 이것을 놓쳤다. 그 뒤,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고, 어색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마술을 생각해 내게 된 것이다. 다음날, 집에서 “우리 선생님 마술사야.”라고 말했다는 아이의 일화를 들으며 매우 뿌듯했다.


교사의 소개가 끝나면 이제 유아들 차례이다. 초임 때에는 그저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꾸미는 것으로만 활동을 진행했는데, 이름을 적는 것 자체는 개별 활동이어서 유아끼리 친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듯했다. 조금 더 어색함을 없애고 유아끼리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블로그를 통해 밸런스 게임을 수업자료에 활용하는 교사를 발견했고, 이를 참고하여 준비하였다.


“TV에 두 가지가 나올 거야. 그럼, 너희는 더 좋아하는 쪽으로 가면 돼.”


여름vs겨울, 봄vs가을 계절에 대한 밸런스부터, 강아지vs고양이, 상어vs고래, 짱구vs뽀로로 등 동물과 캐릭터에 대한 밸런스, 바깥놀이vs실내놀이, 블록놀이vs미술놀이, 물놀이vs눈놀이 등 놀이에 대한 밸런스까지.

교사인 나는 바닥에 붙인 테이프를 기준으로 딱 가운데 서서 TV화면이 바뀔 때마다 유아들에게 설명해 준다.

“00을 좋아하는 사람은 왼쪽, 00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른쪽으로 가면 돼.”

아 물론 손짓도 함께 해준다.


글자와 그림이 함께 나오도록 PPT를 제작하지만, 한번 더 말로 해주는 이유는 아직 글자를 모르는 유아들과 받아들이는 것이 느린 유아들을 위해서이다.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며 소극적으로 이동하다가,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두 개로 나뉜 공간 속 나와 자주 만나는 친구들을 보며 유아들은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파악한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와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게임이 끝나면, 아이들은 땀범벅이 되어있고, 어색했던 공기가 따뜻해져 있다.


올해도 잘 지내보자!


*TWS(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가사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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