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고 싶었다.

by 김소원

오늘은 공립유치원 교사 임용시험 날이다.

나는 집에 있다. 8년 만이다. 이 날, 휴대폰만을 바라보며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것은.


1시 40분이 되면 홀가분함과 무거운 마음으로 나와 교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 아빠를 향해 미소 짓는 일을 그만하고 싶었다.

고생했다는 응원문자들에 그만 불편해지고 싶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한 달 동안 쉬는 게 쉬는 기분이 아닌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불합격" 세 글자에 나의 1년을 버린듯한 기분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아무 말 않는 나의 행동에 가족과 지인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그걸 또 느끼며 나 또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그만하고 싶었다.


날씨처럼 내 마음도 차디차져 다시 공부할지, 취업 자리를 알아볼지 고민하다가 어김없이 공부를 선택하는 짓을, 또다시 노량진 강사 사이트를 드나들며 어느 강사가 적중률이 높은지 알아보는 것, 2차 시험 날 패배자처럼 수험생카페를 들어가지도 못하고, 방에서 몰래 눈물 훔치는 짓을, 학생시절 집합마냥, 토 나올 것 같은 수험서 1단원을 바라보는 짓을, 스터디카페 가면 좀 나려나? 기숙독서실은? 고시원을 들어갈까? 의미 없는 장소에 고민하는 짓을, 방학 날을 기다리며 해외여행 준비하는 친구들을 인스타로 보고 부러워하다 내년엔 나도 저기 있을 거야라고 애써 다독이는 짓을, 어쩌면 뉴스처럼 나의 시험도 결과가 뒤바뀐 것 아닐까? 내일쯤이면 결과가 잘못되었고, 사실 당신이 합격생이 맞다고 오는 망상 가득한 연락을 기다리는 짓을, 10시에 불합격 소식을 알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 영화관, 만화카페, 노래방 등 시간을 버리는 짓을 그만하고 싶었다... 그냥 지금 내 인생에서 흘러가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을 그만둔 지금, 행복하다.


뭐가 되었든, 되지 못했든,

고생했어.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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