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시간 동안요?”
“그 시험이 무엇인데요?”
“아니 근처에 유치원 하고 어린이집 많던데 뭐 하러 그 시험을 그렇게 오래 했어요?”
나는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8년의 시간 동안 공립유치원임용고시를 준비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아니 전부다. 아직까지 한 번도 나의 시간을 이해해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애석하게도 8년을 준비하고도 정교사가 되지 못하고,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기간제로라도 이 공립현장에 있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첫째. 유치원 교육기관의 복지
우선, 다들 머릿속에 스쳤을 복지이다. 공립유치원교사는 공무원이다. “교사”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사와 동일하다. 동일한 직급에, 동일한 봉급에,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현재, 기간제교사이기에 정교사와 약간은 다른 복지체계를 받고 있지만, 거의 비슷하기도 하기에 먹기 살기 위해 놓치기 힘들다. 기관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8시-7시까지 기관이 운영한다. 그중, 9-13시는 교육과정, 13-17시는 방과 후 과정, 이 모든 과정을 제외한 8-9시, 17-19시는 돌봄 과정으로 운영된다. 공립유치원은 이 세 과정에 대한 교사가 따로 존재한다. 담임교사, 방과 후 교사, 돌봄 교사로. 그래서 체력적으로 덜 힘들고,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에서 다음 날의 수업을 준비하거나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이 모든 과정을 한 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립이라도 분리된 경우도 있다.) 8시간 내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힘든데, 청소와 차량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쏟지 못한다. 공립유치원의 경우는 기간제라도 현장체험학습을 가거나, 초과 근무 시 수당이 나오지만, 사립의 경우 봉급 외 수당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공립유치원의 복지는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다.
둘째. 전폭적인 국가의 교육비 지원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보통교육에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총 9년의 교육과정이다. 유치원과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으로 제공되지만 유치원은 아니다. 2027년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할 계획이기는 하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공립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 수업료, 입학금, 학교 운영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 등을 국가가 지원한다.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비용이 거의 없다.
언젠가 한 학부모님께서 우리 아이의 발음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며 상담을 요청하셨다. 그때 마침, 교육청에서 언어치료를 지원한다는 공문을 보내왔고, 어머님께 권유하여 국가의 돈으로 언어치료를 받아 발음이 매우 좋아진 유아가 있다. 그뿐 아니라 아이가 필요하다면 심리, 정서 치료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것이기에 사립유치원도 받을 수 있지만 공립에 비해 지원되는 숫자가 적고,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공문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아 이러한 지원사업을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또 기억나는 일로는 대학생 때 사립유치원에서 실습을 했던 경험이 있다. 유치원 원장님이 나에게 시켰던 임무 중 하나가 아이들의 원아수첩에 쪽지를 붙이는 것이었다. 그 쪽지의 내용은 “이번 달 원비가 납부되지 않았으니 0일까지 납부해 주시기 바랍니다.”였다. 아이들의 명부를 보며, 돈을 내지 않은 유아의 수첩을 찾아 독촉장을 붙여야 했다. 내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재촉하는 행동을 보탰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직 글을 읽지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쪽지가 왜 나에게만 있지?’라고 드는 의구심과 그 쪽지를 봤을 부모님의 감정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12년. 아니 어쩌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매해 학기가 시작되면 낯선 선생님에게 비밀스럽게 찾아가 부탁을 했다.
“선생님 저희 집이 좀 어려운데요, 혹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아예 찢어지게 가난하면 좋으련만, 참으로도 애매하게 가난했던 우리 집이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자격 수준에서는 살짝 높았고, 평균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살짝 낮은 정도의 소득 수준이었다. 그래서 매해 구걸했다. 국가가 지정한 저소득층과 중산층 사이에 사람들도 있다고, 그것이 진정한 복지 사각지대라며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난 너무 어린아이였고, 그런 말을 할 곳은 담임선생님밖에 없었다. 매해 정부의 제도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 집의 생활수준은 달라졌다. 정말 운이 좋겠도 정부의 제도와 참스승을 만나 100% 지원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 적도 있고, 학생의 가정생활에는 관심이 없어 100% 돈을 내며 다닌 적도 있다. 어쩌면 그때 교사를 처음 결심했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중요했지만, 구걸을 할 때마다 선생님들의 반응도 달랐기에, 나를 귀찮아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 소원아. 선생님이 꼭 알아봐 줄게.”
평생 잊지 못한 말을 해주신 선생님도 계셨기에. 그와 같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모든 아이들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한 교육을 받기를 원했고, 그런 교육을 실행하고 싶었다.
셋째, 유아교육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
“유치원교사가 교사냐.”
“아이들 놀리기만 하는데 뭐.”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이나 떼주면 다지”
내가 유아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나서 10년째 듣는 말들이라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긁히는 말들이다. 놀이를 통해 국영수사과를 다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유치원이다.
예를 들어, 과자를 먹으며 과자의 이름(국어), 모양(수학), 구매하는 방법(사회), 자르는 등의 과정을 통한 변화(과학),를 배울 수 있다. 성인은 이미 익숙해져서 그게 무슨 교육이냐며 하겠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고, 가장 쉬운 걸 가르치는 게 어렵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5살 아이의 “왜 돈을 내고 과자를 사야 해요?”라는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답할 수 있는가.
그래서 유치원 교사는 전문직이고, 전문성이 매우 높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전문가라는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더 전문적이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연수를 듣고 공부한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향해 한번 더 다독인다.
"기간제여도 괜찮아. 어쨌든 교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