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과거의 나를 보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by 김소원

얼마 전, 기간제교사 서류를 내러 간 한 유치원에서 가슴이 철렁했다.


마주쳐서는 안 될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나와 함께 2차 스터디를 했던 사람.

(스터디원은 나 포함 세 명이었고, 그중 나만 불합격했다.)


마음속에서는 지진이 일어났지만, 여기서 움츠러들면 더 짜쳐보일 것 같아서 일부로 당당하게 인사했다.

- 혹시 000선생님 아니세요? 저 2차 때 같이 스터디원 했던 김소원이에요.

- 아.. 기억 못 해서 죄송해요.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안녕하셨어요?


그 말에 한 번 더 철렁했다.

나만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나만 그곳에서 못 떠나고 그때 그 도서관, 그 자리에서, 벌벌 떨며 울고 있었다.

난 여전히 불합격이 아프고 쓰린데, 그때 사람들이 “김소원 아직도 합격 못했더라”라며 비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나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다 떠나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한 내가 한심하고 처연해서 또 한번 울었다.


이제 진짜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책상 앞에 앉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를,

시간 내에 답을 쓰지 못할까봐 초조해하고 있는 나를,

불합격 창을 보며 멍때리고 있는 나를,

매일매일 울음으로 보냈던, 아파하는 나를, 다시 한번 안아준다.

너에게 그 세계가 전부인 것처럼 보여줘서, 고작 그 정도 세계밖에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열심히 살아내 줘서, 살고 있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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