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45)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6. 녹색 미각(2)


1. 미각은 감각 우주다

미각은 음식이 혀에 닿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다. 이 감각은 다만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미각 80% 이상은 냄새다. 촉감 없이 미각은 형성되기 어렵다. 음식 빛깔, 모양, 심지어 그릇 생김새도 미각을 좌우한다. 씹을 때 나는 여러 가지 소리가 미각 한 축이며, 지나친 소음은 미각 형성을 방해한다.

미각을 담당하는 특수내장감각신경은 안면신경(제7뇌신경: 혀 앞부분 2/3), 설인신경(제9뇌신경: 혀 뒷부분 1/3), 미주신경(제10뇌신경: 혀 뒷부분 1/3)이다. 세 신경 모두 자율신경 가운데 부교감신경과 관련이 있다. 부교감신경은 한편으로는 위와 장[장신경]과 닿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뇌[중추신경]와 닿아 있다. 당연히 미각은 위·장 현상이며 대뇌 현상이다. 장에도 미각 세포가 있으니 입맛이 없다고 말할 때는 반드시 장 건강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미각은 몸 전체 현상이다.

나아가 미각은 정신 현상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먹으면 미각은 둔해진다. 자상하게 설명을 들은 뒤 먹으면 더욱 맛있다. 소울푸드는 참으로 존재한다. 미각은 기억과 그리움을 따라 흐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지평이 넓어지면 미각은 형언할 수 없는 무엇으로 번져간다.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을 우리는 광활함(spaciousness)이라 부른다. 광활함에 배어드는 우주 감각이 바로 미각이다. 미각 우주를 통해 신과 닿는다.

미각 시공에서는 그러므로 지성소 사건이 일어난다. 지성소 사건을 향락 스캔들로 영락시키는 백색 문명 속에서 우리는 녹색 미각을 수탈당하고 있다. 요리 포르노에 중독되어 미각이 거룩한 제의이자 신나는 놀이 사건이라는 진리를 놓치고 있다. 비대칭 대칭 감각을 복원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작가의 이전글녹색의학 이야기(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