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6.
“식도 하단에는 위산과 음식 역류를 막는 심장 판막 모양의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위 내용물이 식도 하부로 역류해서 위·식도 역류성 질환을 일으킨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여성에게 좀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여성이 증상을 더 심하게 느낀다. 그러나 더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남성 쪽이다.”(120쪽)
흔히 역류식도염으로 불리는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최근 몇 년 동안 유행병처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픈 증상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기침이 나는 경우는 호흡기 계통 중병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질환으로 말미암아 천식이나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통증이 견갑골 사이 등 부분이나 목, 팔 쪽으로 나타나는 증상 때문에 단순히 정형외과 물리치료나 침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인후 이물감,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연하곤란, 쉰 목소리 등 다양한 관련 증상을 유발한다. 더 중요한 점은 치료 안 된 상태로 시간이 흐를 경우, 식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과식, 거친 음식물, 카페인 함유 음식물, 즉석식품, 초 가공식품, 담배에서 비롯하기도 하고, 항콜린제와 같은 약물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히 주의할 일이 있다. 백색 의학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하나는, 저염식 문제다. 심장병, 고혈압 같은 질환을 막는다는 이유로 저염식이 무슨 보편규범처럼 인식되고 있다. 소금 성분인 Cl은 위산 요소이기도 하다. 위산이 묽어지거나 덜 분비되면 가스트린 분비가 계속되어 위 분문-위와 식도 사이 괄약근-이 열린다. 그리로 위산이 역류하는 현상이 역류식도염이므로 저염식은 역류식도염 원인으로 작용한다. 백색 함정이다.
다른 하나는, 양성자펌프 억제제다. 역류식도염에 통상적으로 투입하는 약물이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면 Ca 이 흡수되기 어렵다. Ca 이 흡수되기 어려우면 거꾸로 위산이 분비되기 어렵다. 악순환이다. 역류식도염은 위산 자체 아닌 위 분문 기능 문제다. 임시 ‘땜빵’으로 처방하는 양성자펌프 억제제가 도리어 역류식도염 유발 또는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백색 함정이다. (이 두 문제는 조한경 『환자 혁명』에 자세하게 나온다. 꼭 알아두어야 할 많은 다른 내용도 있으니 필독을 권한다.)
이제 좀 더 포괄적인 근본 원인을 이야기해본다: 정신적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는 단순한 개인 생리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다. 정치경제 문제다. 여성이 이 질환에 더 높은 빈도로 노출되는 까닭은 남성 가부장 체제와 유관하다. 남성이 더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는 까닭은 부역 집단이 오랫동안 자행해온 정치·경제적 수탈구조와 유관하다.
백색의학은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지니는 소소한 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인체를 기계로 여기므로 진단할 때도 내시경검사,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 식도 내압 검사 따위 방법을 사용한다. 생활 전반 특히 정신적인 문제를 점검하지 않는다. 기계적 진단으로 병명이 확정되면 화학합성물질 대증(對症) 처방하고 끝낸다.
국내 최고 어떤 거대병원에서 백색의학 방법으로 3년 동안 치료(?)받았으나 전혀 차도가 없어 애태우던 어떤 분이 찾아왔다. 나는 대화와 간단한 손 진단으로 몸과 마음 상태 전반을 확인했다. 그 끈질긴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한약 한 제와 침 치료 10여 회로 완치되었다. 소요 기간은 보름이었다. 그가 신기하다며 혹시나 해서 그러니 마무리로 한약 한 제를 더 지어 달라고 해서 그리했다. 그 마무리(?)까지 포함하면 딱 한 달이었다. 녹색의학 본성이 이렇다.
극적인 효과에 기댄 말이 아니다. 병과 사람 서로 다른 결을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 결이 다르면 같은 병명이라도 치료 길을 달리해야 한다. 백색의학에 길들면 아픈 사람조차 이런 진실에 귀 기울이지 못한다. 얼마 전 목 디스크를 의심하며 목과 등이 아프다고 찾아온 분이 있었다. 목과 등에다 침을 놓아달라고 했다. 진단 결과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었다. 나는 소상히 이야기해주고 치료 방향을 달리했다. 그는 내 진단과 치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당장 통증이 나타나는 곳에 집중하지 않은 점이 못마땅했을 터. 인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백색의학 적폐가 이렇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상당 기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조짐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번져 가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다. 임상 현장에 있는 의자로서 좀 더 세심하고 곡진하게 녹색 의도에 배어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