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7.
“정상적인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30% 빠르다. 액체일 경우 거의 2배나 더 빠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고, 다만 배란 호르몬 특히 프로게스테론이 여성 위에서 음식물 통과 시간을 늦춘다고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식사 후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포만감을 느끼고 자주 트림한다.”(121쪽)
앞 두 문장과 뒤 두 문장 사이에 어긋남이 있다. 왜냐하면 프로게스테론 분비에는 주기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프로게스테론 작용 때문임이 분명하다면 앞 두 문장에는 시기를 명시하는 부가 내용이 첨가되어야 한다. 에스트로젠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어긋남은 많이 해소된다.
프로게스테론이 소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메커니즘은 아직 잘 모르지만) 분명해 보인다. 에스트로젠(정확히는 에스트라디올)은 타우린 억제 기능을 한다. 타우린은 GABA 수준을 높이는 물질이므로 에스트로젠 분비가 늘어나면 자연히 GABA 활성도 저하된다. GABA 활성이 떨어지면 소화 주기가 늘어진다.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젠 분비 증가가 겹치는 월경 직전에 특히 많은 여성이 위가 더부룩하다거나 가스가 찬다고 호소하는 근거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자신도 월경주기를 점검하면서 배려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식사 시간과 식단을 조정해야 한다. 식사 직후 하는 설거지도 남성이 대신하거나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시간을 어느 정도 늦추면 좋다. 그뿐만 아니다. GABA 비활성은 불안을 일으키므로 심리적 배려도 필요하다.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이런 지식을 지닐 가능성은 매우 낮다. TV를 포함한 대중매체가 온갖 건강 관련 담론을 쏟아내지만 대부분 정보 포르노에 해당하는 파편들이다. 인간의 거의 모든 삶을 의료화한 세상이면서도 정작 필요한 지식은 유포하지 않는다. 돈독 오른 백색의학이 그려내는 씁쓸한 풍경화다. 월경주기를 고려해서 처방 조절하는 백색의사에 관한 소식을 듣는 날은 오지 않는다. 녹색의학 혁명이 필요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