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12.
“부부싸움은 면역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여성에게 그 영향이 더욱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231쪽)
여성들과 진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매우 자주 발견하는 질병 가운데 하나가 비세균성 방광염이다. 백색의학으로 따지면 신경성 방광염에 해당한다. 그들 식으로 엄밀히 말하면 정신성 방광염이라 해야 하지만 말이다. 비세균성 염증은 말 그대로 외부 세균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일어난 염증이다. 여성 경우 “부부싸움”이 급성 방광염을 일으킬 수 있다. 부부싸움 때문에 면역기능이 떨어져 급성 방광염을 일으킨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남성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이만으로도 적잖이 놀라운 사실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톺을 일이 있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염증이 생겼다는 말에 담긴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익히 아는 바를 따르자면, 면역기능이 떨어진 결과 외부 세균을 막아내지 못해서 염증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밝혔듯 외부 세균은 염증 요인이 아니다. 내부 요인이 염증을 일으킨다. 그 내부 요인이 대관절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라 부르든 스트레스 물질이라 부르든 여성 정신에서 일어난 어떤 ‘공격’이 내부 요인이다. 요컨대 자기 공격이다. 자기 공격이 일으킨 급성 방광염을 비세균성 방광염이라 했을 뿐이다. 이 또한 자가면역질환인 셈이다.
논의 여지는 있다. 백색의학이 제기하는 이의는 기각한다. 백색의학 면역이론은 아직 파편 조각들이다. 형식논리에 근거한 이종 면역 개념을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 논리로는 자가면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특히나 여성이 왜 자가면역질환에 더 잘 걸리는가를 둘러싼 논쟁에는 메리앤 리가토가 소개한 이론만도 3가지가 물려 있다. 그렇게는 해결 불가능하다. 면역 또한 비대칭 대칭이라는 큰 진실 속에 있다. 여성은 몸, 아니 생명현상 전체가 훨씬 더 복잡 미묘한 역설이다. 임신이라는 금강 화두를 깨치면 녹색 면역 열반에 든다.
임신은 당최 의학 영지가 아니다. 백색의학이 주제넘은 의료화로 임신을 의학에 욱여넣은 뒤, 여성 생명 전체와 분리해버렸다. 사달은 여기부터다. 임신은, 하든 않든, 여성 생명을 본령에서 역설이게 한다. 다른 생명체를 자기 몸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와 운동 체제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를 받아들인다는 사건은 자기 생명 일부를 내어준다는 사건을 전제로 한다. 임신은 근원적 자기 비움, 그러니까 자기부정이다. 자기부정을 향해 구성된 생리 메커니즘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진실을 결곡히 인식해야 여성 면역 통짜 진실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