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70)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13.


“여성의 관절은 남성보다 느슨하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호르몬(에스트로젠과 릴랙신) 농도가 월경주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젠은 힘줄과 질긴띠(인대) 콜라겐 형성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월경주기 가운데 에스트로젠 수치가 치솟는 배란기에 특히 부상이 잘 일어난다.···릴랙신은 에스트로젠과 마찬가지로 콜라겐 전환을 촉진하고 관절을 고정하고 있는 힘줄과 인대를 느슨하게 한다.”(261-262쪽)


마을 의료기관에서 가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 가운데 하나가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사람에게 하는 치료다. 병 자체도 그렇거니와 치료 내용도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질병 상태를 알기 위한 간단한 문진을 제외하고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치료 방식이 다를 뿐 한의사든 정형외과 양의사든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같은 백색의학 일상이다. 이 일상에서 녹색의학은 화들짝 깨어난다.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여성일 경우, 필수다. 배란기를 확인한다. 월경주기·임신·출산에 따른 손·발목 관절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백색의학과 녹색의학은 확연히 구분된다. 내친김에 이야기를 좀 더 넓힌다.


관절이 어디 손·발목뿐인가. 손·발가락, 팔꿈치, 어깨, 목, 등, 허리, 넙다리, 무릎···그러고 보면 관절이 아니면 몸이 아니다. 몸이 아니면 생명이 아니다. 생명으로서 펼치는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이 모두 관절에서 나온다.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개인 생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정치·경제적 지평에서도 다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악한 조건 속에 놓인다. 이 조건 때문에 여성은 더 많은 관절병에 걸린다. 한 여성이 반복해서 관절병으로 찾아온다면 녹색의사는 반드시 그 여성 삶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녹색의사는 발목 삐어서 무심코 침 맞으러 온 여성 인생 문제를 숙의할 줄 아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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