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72)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15.


“표피 두께는 여성과 남성이 같지만, 태아 때 표피 발달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디다. 에스트로젠이 표피 성숙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미숙아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약하고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274쪽)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을 떠나 다른 사람 손에서 양육된 여성 청년과 숙의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기에 어머니와 주고받아야 할 피부접촉과 교감 누락으로 말미암아 심신 전체가 움푹하게 상처를 입었다.


그는 좀처럼 이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무엇보다 상처가 구체적인 삶 속 결핍으로 나타나는 현실을 못 견딘다. 자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근거 없이 높은 기준에 비추어 스스로 검열한다.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여기는 사람 원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한다. 주위 사람들한테 끊임없는 온정을 요구한다. 자기 문제 상황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보다 끝없이 집착하는 유아적 태도에 얽매인 채다. 자기가 지닌 실재는 팽개치고 바라는 허구를 향해 악착같이 포옹을 계속한다. 그런 자신을 구질구질하다며 절규한다.


“진짜 구질구질한 사람은 이미 죽었다.”


내가 또박또박 그에게 해준 말이다. 그가 그렇게라도(?) 살아가는 데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남자아이로 태어났다면 하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처도 원망도 집착도 살아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어떤 중처럼 덮어놓고 감사하라는 얘기를 하려는 거 아니다. 어떤 철학가처럼 아프게 야단치려는 거 아니다. 진실 전경을 보게 하려는 거다. 삶 한쪽 문이 닫혀 있으면 또 다른 한쪽 문은 열려 있다. 닫힌 문만 붙잡고 한탄하는 치우침에서 부디 놓여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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