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의학 소설-
다시없을 일이다. ㅁㄴ은 순도 99.99% 우울장애 전형이다. 모든 우선순위가 타인에게 있다. 모든 중심이 타인에게 있다. 그는 언제나 맨 뒤에서 주춤주춤 따라 걷는다. 그는 언제나 변두리에 서 있으면서도 늘 자신을 떠나고 있다.
ㅁㄴ은 미안하다는 말을 무수히 반복한다. 어째서 미안하냐고 물으니, 서슴없이 대답한다.
“못나서요.”
그는 자신이 못나서 부모에게도 형제자매에게도 미안하다고 한다. 그 말이 얼마나 절절하던지, 처음에 가슴이 먹먹하다가 나중에는 부아가 치밀어 올라온다. 부아를 삭이면서 ㅂㅇ 또한 절절한 심정으로, 뭐가 어떻게 못났는지 묻는다. 그가 웅숭깊게 대답한다.
“태어난 자체가요.”
내 팔목, 아니 팔에는 무려 20개가 넘는 칼자국이 있다. 미안해서, 못나서, 나는 긋고 또 긋는다. 긋는 찰나 들이닥치는 날카로운 통증이 나를 살리고 또 죽인다.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이나 유령인 채, 나는 잘난 사람들 언저리를 떠돌고 있다.
치료받는다는 사실도 미안하다. 돈이 없다는 사실도 미안하다. 그냥 와서 치료받으라고 간곡히 권하는 ㅂㅇ선생님께도 미안하다. 모두 내 못난 탓이다.
내가 오늘 들고 갔던 카드는 여동생의 카드다. 그 여동생은 내가 너무나 자랑스러워해서 수없이 꽃을 선물했던 여동생이다. 그 여동생에게서 아침에 받았던 그 카드를 나는 저녁에 돌려주었다. ㅂㅇ선생님을 다시 뵙는 일은 없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