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29. 몸짓 녹색의학-걷기를 자세히 말하다
1. 마음 둠에서 걸어보기까지
인간이 걷는 인간(homo ambultus)이라는 진실을 아는 일만으로 생기는 의미란 없다. 거기에 마음을 두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관심을 가지는 일. 주의를 기울이는 일. 유심히 대하는 일. 그리고 상상하는 일.
상상은 사랑 기미다. 사랑 기미는 엄두 낼 수 있게 한다. 엄두 내어 걷기 시작하면 사랑은 몸에 시시각각 각인된다. 몸에 각인된 사랑은 상상을 무한히 갈래지게 한다. 무한히 갈래진 상상 속에서 걷기 탱맑은 느낌이 소소하게 미미하게 돋아난다.
“느낌”은 몸 움직임, 그 놀림에 마음을 맡기는 상태다. 걸을 때 솟아나는 몸 느낌, 정서 변화를 그저 감각으로 마주한다. 가벼운 근육통, 숨참, 촉촉한 땀, 싱그러운 바람이 일으키는 피부 감각, 상쾌함,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 망아, 평화로움들.
“알아차림”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찰나마다 의식하는 일이다. 무심코 잡념에 휘감겨 걷지 않고 유심히 걷는다. 몸 움직임, 진행 방향, 주위 조건과 맞닥뜨림 전체를 주의 깊게 살핀다. 해석·평가, 의미 챙기기는 하지 않는다.
“뜻 가름”은 걷기를 내 삶에 정색하고 다시 들이기로 하는 다짐이다. 어떻게 얼마나 걸을까, 나름과 깜냥으로 하는 결 세우기다. 걷기가 이미 자연 문제에서 역사 문제로 바뀌었다는 각성을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내는 정색 행위다.
그리하여 마침내 걸어본다. 수단이든 목적이든 삶 그 자체든 살아 있는 날까지 걸어가 보는 거다. 십인십색 걷기에서 참다운 도가 일어나 인간이 우주에 여한 없이 배어들 수만 있다면야. 걷기는 태고 미래로서 인류 존망 열쇠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