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82)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29. 몸짓 녹색의학-걷기를 자세히 말하다



3. 혁명에서 개벽까지


① 걷기는 혁명하는 녹색 행위다.


2017년 3월 10일은, 평범한 시민의 걷기만으로, 대통령직 도둑질해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박근혜를 심판한 날이다. 5천 년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적지 않은 잘난 인간들이 혁명은 아니네, 한계가 있네, 비폭력 자랑할 일 아니네, 민노총 없었으면 안 될 일이었네, 운운···훤화하지만 잘난 입에서 언제나 나오는 후렴구다. 시민 비무장은 더없이 강력한 무장이다. 걷는 시민은 다시없는 전차군단이다. 촛불 파도는 어디에도 없는 해일이다. 목말 탄 아이도 함께 지른 함성은 ‘B52’ 굉음 너머다.


걷는 인간(homo ambultus)이 걷는 인민(populus ambultus)을 경험할 때, 혁명이 된다. 제국과 식민지가 엎어진다. 부역과 독재가 무너진다. 이 일에 끝은 없다.


② 걷기는 후천개벽을 깨우는 녹색 행위다.


걷기 혁명은 인간 사회를 넘어선다. 인간이 걷는 땅은 사람만을 위한 터전이 아니다. 바이러스(으뜸 바리)와 박테리아(버금 바리)와 곰팡이(균류)와 말(조류)과 돌꽃(지의류)과 이끼(선태류)와 망초와 백합과 지렁이와 개구리와 도마뱀과 여우의 터전이기도 하다. 인간이 땅을 착취하고 독점하는 짓을 지금처럼 계속할 수는 없다. 우리가 걷는 일은 땅을 공유하고 있는 뭇 생명들과 이어지기 위해서다. 우리 걷기는 문명 장벽을 허물고 자연 일부임을 인정하는 거룩한 제의다. 우리가 걸어서 흔적을 남기는 일은 생색 아닌 고백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걸어서 남기는 고백은 새 세상에 바치는 헌정이다. 우리 헌정은 후천개벽을 깨운다. 인간이 깨우지 않은 채 들이닥치는 개벽은 파국을 몰고 온다. 파국은 전방위·전천후로 온다. 절멸을 막는 걷기야말로 꼭 똑 근원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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