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45
코 정치학
하청(下請) 제국 일본 교토에는 코 무덤(鼻塚)이 있다. 물론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명령에 따라 승전 기념품으로 조선인 코를 베어 가져다 만든 야만의 무덤이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12만이 넘는다고 하니 당시 인구를 고려할 때, 실로 엄청난 숫자다. 물론 처음에는 수급(首級), 그러니까 목을 베어 오라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그 일부로 코를 택했을 듯하다. 왜, 하필 코일까?
아마도 코가 인간 존재 자체 상징이라는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가령, “콧대를 세우다”, “콧대가 꺾이다” 따위 표현에서 나타나는 바와 마찬가지로 코가 한 인간이 지닌 사회적 존재 의의를 좌우하는 표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을 법하다. 그러므로 조선 패망 상징으로서 그 백성 코를 베어 땅에 묻고, 그 영혼 기운을 제압하기 위해 돌탑으로 찍어 누른 무덤을 만들었던 셈이다. 인간 역사에서 가장 잔혹하고도 칼날 같은 사회정치적 퍼포먼스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
이 짓을 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신 대접을 받으며 금칠한 사당에 누워 있는데, 코 하나로 남은 조선 백성 원혼은 조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수백 년 동안 잡초 무성한 무덤 위를 떠돌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련 없이 그 “코” 버리고 제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겉 이름만 대한민국이지 속 알맹이는 아직도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구천을 헤매는 동안 조선은 특권층 부역 집단 서인 노론 손에 농락당하다가 결국 그들을 죽인 제국주의 일본에 팔려버렸다. 유례없이 악독한 통치로 착취·살해를 자행하던 일제가 36년 만에 패망했지만, 일제 패망이 곧 조선 광복은 아니었다. 점령군인 미군이 통치를 시작했다. 군정은 식민지 체제 기본을 그대로 유지하고 특권층 부역 집단을 그대로 재사용해 전체 구조를 미 제국 이익에 맞게 개편했다.
단 한 번도 조선 독립을 입에 담지조차 않았던, 미 제국 유학생 출신 이승만이 대통령 자리에 앉으면서 대한민국은 중첩 부역 국가로 심화하기 시작했다. 부역 집단이 정권은 물론 사회 전 영역을 장악하고 자주민주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죽임으로써 반공주의가 김춘추 일당이 백제·고구려를 멸망시킬 때 동원했던 ‘통일신라’ 서사를 재현해 갔다. 4·19혁명으로 이승만은 축출되었으나, 박정희가 쿠데타로 부역 국가를 다시 건져냈다. 독립군 잡는 만주군 장교였던 그는 반공, 영남 패권 극대화로 부역 세력을 더욱 강고하게 결집했다. ‘통일신라’ 서사가 완벽하게 재현됐다.
박정희는 18년 독재 끝에 김재규가 쏜 총탄에 스러졌다. 자주민주 꿈이 되살아나려는 순간 그가 키운 정치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전두환 노태우가 이어간 부역 군부 통치는 이 땅을 더 지저분한 부역 구덩이로 처박았다. 천신만고 끝에 김대중과 노무현은 진정한 정치, 민주주의를 일부나마 부활시켰다. 그러나 그야말로 잠시 숨통만 텄을 뿐이었다. 강고한 부역 집단 기득권 체제를 깨뜨리지 못했다. 일천오백 년에 십 년은 금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뼛속까지 미·일제 부역자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은 단군 이래 최악 수탈통치를 감행했다. 공적 권력을 철저히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했다. 부역 재벌 마름에서 출발하여 당당히 상속자로 화려하게 끝맺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박정희 딸이 일천오백 년 매판 역사 정점에 등장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부추겼다. 부역이면 어떻고 독재면 어떠냐고 속삭였다. 콧대를 팔아 배를 두드리라고 꼬드겼다. 대중이 지닌 공포, 탐욕, 무지를 극대화했다, 그 아비처럼.
박근혜는 그렇게 국정을 농단하다가 민중 손에 쫓겨났다. 박근혜를 벤 자리에 자주와 민주, 그리고 통일 꽃이 피어났던가?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이 부역 세력에게 조리돌림당했던 기억은 참담하다. 무능한 ‘부역 2중대’ 민주당은 자중지란까지 연출하며 권력을 다시 부역 집단에 헌납하고 말았다. 일제 문부성 국비장학생 1호 부역자 아들로서, 스스로 민영화한 대통령으로서 윤석열은 부역 통치 임계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탄없는 부역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코 무덤 위를 떠도는 원혼이 돌아올 조국은 여전히 없다. 돌아오면 다시 한번 그 코를 베일 텐데, 어찌 돌아오겠는가. 더더욱 수치스럽게 이번에는 부역자 칼에 베일 텐데, 어찌 돌아오겠는가. 살아 있는 사람 “콧대를 꺾어” 버려 자살자가 OECD 국가 가운데 1위인 식민지 조국에 돌아와 그 원한이 어찌 풀리겠는가.
오늘 우리가 각자 부역으로 얼룩진 삶을 각성하고 고백하고 혁파해야만 코 무덤 속 저 원혼들이 시공을 가로질러 돌아올 수 있다. 역사를 지배한 저 뻔뻔한 부역 정치 진실을 밝혀 이제라도 자주·민주·통일 길을 열어갈 때, 산 자 콧대와 죽은 자 콧대가 한 시간 한 공간에서 어울려 대동(大同)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