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보조 이야기 133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by 강용원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46


코 경제학


특권층 부역 갑부 ‘갑질’ 행패는 우리 사회 수준을 가리키는 정확하고 수치스러운 표지다. 저들 천박한 유세 떨기는 그들이 가진 게 돈밖에 없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드러내 준다. 저들은 ‘근본 없는 것’들 콧대 꺾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자기 근본을 돈에 둘 수밖에 없는 것들이야말로 천하에 ‘근본 없는 것’들이다. 적어도 근본을 말하려면 이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물론 끝까지 저들은 여기에 의도적 무지를 드러낸다. 아는 순간 곧 파멸이라는 진실만큼은 야차 감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휘몰아치고 언론이 떠들어 그나마 법이 들이닥치면 마지못해 저들은 콧대를 90도 가까이 꺾어서 위기를 넘긴다. 물론 이 또한 비즈니스, 정확히는 멍키 비즈니스, 그러니까 협잡(monkey business)이다. 나중에 더 높은 각도로 콧대를 쳐들기 위한 전술이다. 콧대를 꺾는 그 순간에도 저들은 나중에 다시 더 높이 쳐들 쪽을 향해 눈은 치켜뜨고 있다. 부역 자본이 지닌 힘이다. 수탈 경제가 지닌 힘이다. 저들은 이렇게 하여 2013년 통계로 스위스 비밀금고에 980조, 조세 회피처에 870조 이상을 쌓아 놓을 수 있었다. 이 돈은 2014년 기준 노인·장애인 복지 본예산을 두 배로 늘려 100년 이상 집행할 수 있는 규모다.


저들에게 그 많은 돈을 털린 을들은 어찌 살아가고 있을까? 아무런 잘못도 없이 늘 콧대가 꺾인 채 살아가고 있다. 갑 앞에서만이 아니다. 친구 앞에서도 그렇다. 가족 앞에서도 그렇다. 자기 인생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 변두리 가난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재활용품 실은 유모차를 밀고 가는 허리 굽은 할머니 모습이다. 그 허리는 거의 90도로 굽어 있다. 따라서 정면을 보기 위해서는 반대로 90도 고개를 들어야만 한다.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콧대 각도는 지면과 0도를 유지한다.

꽤 오래전 논란거리가 되었던 ‘폴더 할머니’가 있다. 폴더라는 표현처럼 상체와 하체가 앞으로 거의 완전하게 접혀 있다. 그 상태로 지하철을 전전하며 재활용품을 모으고 있다. 집이 여러 채라는 둥, 아들이 자가용 몰고 와서 실어 간다는 둥, 악의적 소문과는 달리 집은 옛날에 소유했던 기록뿐이고, 아들은 알코올중독인 일용직 노동자라 한다. 그분 콧대는 당연히 지면과 거꾸로, 그러니까 갑들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90도를 이룬다. 처지가 비슷한 을들 언어폭력 때문에 그분 콧대는 더욱 무겁게 거꾸로 90도로 매달려 있다.

참으로 무서운 사회가 아닌가. 갑들 갑질을 당한 을들이 더 못한 을들에게 갑질을 흉내 내어 저지르니 말이다. 갑들이야 처음부터 그렇다 치고, 갑들 갑질을 내면화한 을들 참담한 마음 병이 사회 전반에 검푸르게 번져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스톡홀름증후군이라는 서양식 표현도 있거니와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 비극이 우리 사회를 이 꼴로 만들었으며 악화일로로 치달아 간다.

제국 자본주의가 유일한 이데올로기이자 종교인 세계에서, 그 복마전을 극단화한 식민지 부역 국가에서 을들이 최소한 인간다움으로 콧대를 꺾지 않고도 살아가려면 경제 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근원에서 재검토해야만 한다. 돈 앞에서 내리는 정치적 결단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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