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44
코 교육학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은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각종 비염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는 아마도 절반가량이 그럴 터이다. 그리고 비염은 단순히 비염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많은 경우 틱 장애, 아토피 피부염, 천식, 과민성장증후군, 그리고 우울장애와 결합해 나타난다. 무엇보다 흔히 전형적인 알레르기비염으로 오해받고 있는 혈관운동신경성비염이 문제인데, 이것은 우울장애와 직결되어 있다. 우울장애 또한 비염과 비슷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어린이·청소년을 괴롭히고 있는 질병이다. 이런 역학(疫學)·사회의학적 진실 연장선에 어린이·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비극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비염 문제는 교육 문제, 아니 양육 전반에 걸친 부조리 문제다. 물론 환경오염이나 즉석식품 같은 요인이 없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정신적 요인을 관건으로 보아야 한다. 오직 돈 잘 버는 기계-인간으로 ‘콧대’를 세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학원·경시대회·연수·봉사를 돌며 점수와 스펙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아이들 인격-인간의 ‘콧대’는 무자비하게 꺾이고 만다. 이렇게 ‘콧대’ 꺾인 ‘코’가 온전할 리 없다. 아마도 염증은 저 심층 자긍심에서부터 생겼으리라. 거기서 솟아올라 급기야 염증은 표층 코에까지 번졌으리라. 분명히 말하거니와 이 말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아이 자라 어른 된다. 지금 무참히 꺾인 콧대를 지닌 채, 저 아이가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는 대체 어찌 될까? 이른바 대박 난 극소수 아이와 당연히 그럴 수 없는 절대다수 아이가 주종관계에 놓이는 신노예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그런 단계로 진입하였다. 미래에는 더욱 확실해질 전망이다. 확실해지는 만큼 참혹한 지옥이 될 터이다. 이 흐름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거부하느냐에 따라 희망과 절망이 갈릴 텐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아이 교육, 아니 양육 전반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개판’민국으로 틀림없이 변질된다.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고 아름답게 키우려면, 그 무엇보다도 한 인격으로 절대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인간 콧대를 세워주어야만 한다. 아이라고 해서 인격이 어른 반만큼이지는 않다. 아이라고 해서 인간 콧대가 꺾일 때, 멀뚱멀뚱한 채 지나가지는 않는다. 아이도 온전한 인격체다. 아이도 콧대가 꺾일 때, 인간성 파괴를 통렬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이다. 덩치 작은 어른이 아니다. 아이 몸과 마음이 자라 성숙한 생물학적·사회적 인간이 될 때까지 어른들은 자상하게 보살피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에는 시간만 요구되지는 않는다. 아이 삶이 다채로운 갈래로 펼쳐질 수 있도록 입체적인 가치, 풍요로운 장(場)을 열어놓아야 한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의로움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숭고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돈이 신이고, 권력이 종교인 자기 삶을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혈안인 우리 사회 어른한테 이 말이 얼마나 물색없는 소리인지 모르지 않는다. 알기 때문에 곡진히 말한다. 지금 괴물 어른이 아이마저 그렇게 키운다면, 아이는 틀림없이 악귀가 된다. 이 말은 그러므로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