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법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숙의치료 예약을 한 뒤, 다시 나는 ㅂㅇ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가기 전에, 도움이 될 만한 내 이야기를 미리 적어 보내고 싶다는 취지를 전했다. 나는 결혼생활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꼼꼼히 적어 메일을 보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ㅁㅁ의 배우자는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맥락을 고려하여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줄 몰랐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매사를 판단해 걸핏하면 사표 내고, 막말하고, 이혼하자 달려들었다. 자기 신뢰가 부족해 사소한 데서 자존심을 내걸곤 했다. 매사 부정적이어서 불평불만을 일삼았다. 자주 격분에 빠져들어 조절 불가능한 상태로 날뛰었다. 급기야 만취된 어느 날, 귀신과 대화한다며 기괴한 광경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나는 인내를 가지고 여러 차례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 부부 상담도 받았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매번 나온 결론은 이혼이었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ㅂㅇ라고 해서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니니, 뾰족 수가 있을 리 없다. 나를 공감·지지하는 정서를 바탕으로 해서, 다시 한번 대화·협상 기본 원리를 확인하고, 다른 데서는 쉽게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스 고전 수사법. 남녀 성차를 고려한 대화법. 전체 맥락을 잡고 제압하는 대화법. 최후 발언과 문맥 차단을 통한 대화 정리법. 정신장애 요소를 지닌 성인에게 하는 아동 상대 대화법.


무엇보다 ㅂㅇ가 내게 재삼재사 강조했던 바는 맨 마지막 대화법이다. 모든 정신장애에는 발달장애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는 정신의학적 전제에 입각한바 한 가지 원칙, 세 가지 규칙만 지키면 된다. 한 가지 원칙: 함께 내린 결론은 반드시 관철한다. 3가지 규칙: 이인칭 어법, 금지 어법, 두괄식 어법을 금한다. 팁: 관계에 기대게 하지 않는다. 팁의 팁: 호칭은 관계 호칭 아닌 고유명을 쓴다.



배운 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 쉽지 않았으리라. 제법 시간이 흐른 어느 날 ㅁㅁ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심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선생님이 함께해주신 덕분에 드디어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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