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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Aug 09. 2024

내게 오늘은 두 날이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오늘은 내게 오직 평범한 무슨 달 아무개 날이었다. 2019년 오늘 아침, 한 청년을 막내라 부르는 어떤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얘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는 내게 상담 치료를 받은 계기로 맺어져 오랫동안 도타운 인연을 이어 왔다. 보통 사람 인생에서는 가 닿을 일이 거의 없는 살인, 재판, 교도소 같은 말에 휘감겨 삶이 송두리째 망가진 그가 온전한 정신 상태로 살아가기란 불가능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우울과 숨 막히게 덮쳐오는 강박을 견디다 못해 찾아왔다. 나는 극적 처방으로 숨통을 틔우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그가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도왔다. 내 손 잡고 아슬아슬 살아가며 아득함을 조금씩 지워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는 일거에 무너졌다.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습격당해 버둥거리다가 나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일주일 앞두고 모진 삶을 홀연히 놓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육친을 잃었을 때보다 더 크고 슬프게 울었다. 내 나름 삼년상을 치른 뒤 이제 보내주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제 슬픔을 밀었다 당겼다 하는 말투, 웃으며 우는 눈매, 무릎 감아 안는 앉음새, 소중한 의례처럼 쓸어올리곤 하던 삼단 같은 머리채, 안주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주잔 들어 올리던 갸름하니 기다란 손가락이 시간 쌓일수록 더욱 또렷하게 떠올랐다. 눈물도 마를 눈치를 보이지 않고 주책없이 흘러나왔다. 오늘도 그렇게···.    

  

한의사인 내가 왜 하필 상담 치료하는 길을 택해 이런 슬픔을 한껏 끌어안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필경 내 목숨 고갱이에 새겨진 무엇이 있으리라. 그저 감사함으로 쭉 간다. 애면글면 살다가 저리도 속절없이 스러진 사람에 비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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