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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Sep 10. 2024

나나보조 이야기 301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숲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주축이다69


탄천 탄탄(憻憻)   


오전에 천안 갈 일이 있어 오후 일정은 불확정 상태다. 가족이 함께 움직여 천안 일을 끝내고 점심 식사까지 마친 다음 서울에 도착하니 두 시 반이다. 이 정도면 지하철로 이동해 탄천을 걸을 만하다고 판단한다.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바로 탄천 둔치 길로 들어선다.   

   

탄천은 숯내를 한자로 옮긴 이름이다. 백제 온조왕까지 유래가 거슬러 올라간다니 가히 이천 년에 걸쳐 우리 삶과 엮인 큰 내다. 전에는 지금 탄천1교쯤에서 한강 본류와 만났으니 지금 두물머리는 한강 본류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것이다. 대홍수 때문이었다고 한다.   

  

홍수 같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로 숯내가 처참하게 몰락했던 적이 있다. 용인 난개발로 발생한 막대한 생활하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탄천은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검은 내로 변했던 흑역사 말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양반’ 됐지만 아직 하류로 가면서 아픈 몸 냄새를 맵게 발한다.     

 

부역 권력 미친 토건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정말 큰 걱정이다. 생물학적으로 저지른 잘못을 공학적으로 “땜빵”하는 짓이 얼마나 멍청한지, 모른다면 사람이 아니고 알고도 저지른다면 인간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어느 때 일제히 깨쳐 탄(炭)천이 탄(憻)천 되는 날을 꿈꾼다.   

   

꿈은 얼마나 꿈일 뿐인가. 탄천이 발원한 법화산 기슭에는 보훈부가 소유한 88CC가 있다. “국가유공자 복지 증진에 소요되는 보훈 기금 증식을 목적으로 설립된 골프장”이다. 전두환이 만들고 장군 출신 주축으로 경영하는 특권층 부역 기업이다. 88CC 아래 탄천은 무엇인가.

    

1990년대 말 나는 한의대 가려고 법화산과 계곡을 나눠 가진 향수산 속 백련사에서 수능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향수산 마루에서 내려다보면서 숲을 밀어버리고 괴물처럼 들어앉은 모습에 혀를 찼던 골프장이 바로 이 골프장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이렇게 마주한다.   

  

물론 그때는 골프장 내력도 몰랐고, 탄천이 그 발밑을 더듬어 내려온다는 사실도 몰랐다. 오늘 탄천 물에서 살아가는 송사리와 왜가리, 그리고 청둥오리를 보면서 묻는다: 탄천 물이 골프장에서 뿌려대는 독극물을 머금고 있지 않다고 누가 보장하는가? 답은 궁금하지 않다.  

    

부역 인간 패거리 협잡에 아랑곳없이 탄천은 큰 내다. 중랑천, 안양천보다 더 길고, 유역 면적도 더 넓다. 경강 지천 가운데 가장 크다. 주위 산과 어우러지는 지형상 중랑천이나 안양천에 비해 내 폭이 좁지만, 그만큼 넓은 습지·둔치를 거느린다. 스스로 맑아지려 애씀을 믿는다.   


너른 유역을 지닌 탄천

  

지난번 양재천과 만나는 곳까지 걸을 때 보지 못한 꼬마 두물머리를 보기 위해 건너편 길을 택한다. 탄천2교 교각 밑에 자리한 꼬마 두물머리를 멀리서나마 확인하고 흔쾌히 떠난다. 그런데 하필 그 건너편 길은 다리 밑 빼곤 거의 전부 물에 닿을 수 없다. 택했으니 쭉 간다.  


교각 아래 탄천-양재천 꼬마 두물머리

   

가다가 길 아래 풀숲에 사람 발자국 흔적을 본다. 늘 그랬듯 무작정 길을 벗어난다. 걸어보니 생태 보전 관리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물웅덩이를 피해 가며 조심조심 걷는데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나와 달린다. 이내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진다.   


발자국으로 남은 고라니

     

광평교 아래 건너가는 작은 다리가 있다. 반갑게 건너가 보니 길이 없다. 거기까지 왔던 길이 끝나서 건너오는 마지막 다리였던 거다. 이런!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제법 맑은 물에 커다란 잉어가 유유히 먹이 활동하는 풍경이 아프나마 위안이다. 한참이나 서 있다가 나온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양산을 옆으로 받쳐야만 한다. 아, 인제 그만 걸을 때가 됐다는 뜻이구나. 장지천과 창곡천 두 꼬마 두물머리를 꼭 똑 확인하고 발길을 거둔다.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이다. 대로 건너 뒷골목 식당으로 들어간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탄천 걷기를 기린다.   

   

떠나면서 바라본 탄천: 마치 밀림 속을 흐르는 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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