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음 10이

by 강용원


광장 #31은 하늘로 열린 거리가 아니다. 영등포 하자센터 건물 안, 지붕 있는 광장이다. 거기 허브 홀에서 416연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린다. 벌써 10년이구나, 할 때, 우리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라는 회한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11 다음 온 10이 저 11을 기억하도록 견인하는 일에 함께 해온 시간이 열 겹으로 쌓여 강력해졌구나, 라는 미래로 열린 확증이다. 숙련되지 않은 서투른 사람들 사이 연대는 배어드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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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은정이 엄마가 읽는 글은 진화 과정을 밟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해도, 아무리 다듬어도 틈이 벌어지고 더듬거리기 마련이다. 그들이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틈과 더듬거림 사이에서 웅숭깊은 감동 감화가 일어난다. 그 감동 감화에 힘입어 10년 세월이 옹글어지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도 변방 사람인 난 그저 맨 뒤에 서서 부끄러움 가득히 담은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회원이긴 해도 익명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지탱해 온 나날들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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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와보는 영등포 낯선 거리를 주춤주춤 걸으며 문득 생각한다. “사실 언제나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태중에서부터 주춤거렸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도 고맙기는 주춤거렸을지라도 여기까지 삶을 끝내 이어온 어떤 은총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진실이다. 그 은총이 느지막이 또 나지막이 들려준 전언을 따라 욕된 삶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으니 꽉 찬 시간 구가해 온 유능한 사람들 저만치서 미세한 영향(靈香)이나마 피워올리며 살아도 그만이다. 416 영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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